中 경기 둔화·日 무역적자 폭증… 한국경제 회복세 찬물
입력 2014-02-21 02:33
‘세계의 공장, 소비의 블랙홀’로 불리는 중국 경제가 점점 심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강력한 경제개혁으로 인한 후유증이 경제 전반에서 불거지고 있다는 평가다. ‘엔저(엔화 약세)’로 대표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좀체 힘을 못 쓰고 있다. 국내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한국 경제 회복의 불씨도 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일 경제 지표 악화=HSBC는 20일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8.3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월 확정치인 49.5를 밑도는 결과로,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당초 49.6으로 소폭 개선되리라는 시장전망도 빗나갔다. PMI 50 이하는 경기 위축을, 이상은 확장을 의미한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금융 당국이 지난달 1조 위안 이상을 시장에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돼 금융시장에선 다시 ‘중국 경착륙’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성장모델의 전환, 경제 구조조정 등 막중한 과업에 직면해 그동안 정부의 미세조정과 신용버블에 의존했던 중국 경제의 취약성이 노출됐다”며 “중국은 더 이상 세계경제의 안전판이 아니라 글로벌 불확실성의 온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내 달러화 부족 현상에 대해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위안화 자금시장 위축에 외화자금 경색이 가세할 경우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를 통해 우리나라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무역 적자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의 무역적자 규모는 전달(1조3020억엔 적자)보다 배 넘게 늘어난 2조7899억엔에 달했다. 19개월 연속 적자 행진으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197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 악화→국채 수요 감소→장기 국채 금리 상승→재정 부담 악화’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어 아베노믹스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 영향은=중국발 악재에 국내외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6.7원이나 올랐다.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오전 HSBC 제조업 PMI가 잠정치가 전망치를 하회했다는 소식에 낙폭을 키웠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2% 이상 급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톰 번 무디스 선임 부사장은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중국 수출이 많으므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인 7.5% 아래로 떨어지는 등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한국의 시장 심리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그는 올해 시작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번 부사장은 “경상수지 흑자, 거시 재정 건정성, 풍부한 외화보유액 등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떠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테이퍼링이 국내 수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테이퍼링이 한국의 수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NH농협증권 이민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는 등 개혁의 초점을 구조조정에 맞추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인 측면도 크다”며 “중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하나 당장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를 견인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일본의 경상수지 악화는 원화의 강세, 엔화의 약세 국면을 가속화시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