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자흐은행, 현지 통화 평가 절하로 뱅크런… 국민銀 투자금 평가손 급증
입력 2014-02-21 02:34
국민은행이 9392억원을 투자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이 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이 자국통화인 텡게화 20% 평가절하를 단행해 현지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 가운데 파산 임박설 등 소문까지 퍼지면서 ‘뱅크런’(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일 “카자흐스탄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BCC 등 몇몇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뱅크런이 시작됐다고 들었다”면서 “당장은 괜찮지만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부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은 추가 증자는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8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 BCC를 비롯해 카스피은행, 알리안스은행 등 3개 은행 예금자들이 돈을 빼가려고 상업도시 알마티의 각 은행에 몰려와 장사진을 치고 있다. 3개 은행의 파산 선언 소문이 휴대전화 등을 통해 확산 중인 가운데 이들 은행의 재정상태가 취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화 인출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자흐 중앙은행은 “시중은행 파산설은 근거가 없다”는 성명까지 냈다.
BCC는 국민은행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2008년 9392억원을 투자해 지분 40%를 인수한 은행이다. 그러나 BCC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받아 4000억원의 손실을 봤고, 지난해 말에는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경고를 받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은 BCC에 대한 장부가를 680억원까지 낮췄다. 여기에 이번 텡게화 평가 절하 등의 사태까지 반영되면 장부가는 540여억원 정도까지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6년 만에 9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게 된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텡게화 절하 이후 계속 보고를 받고 관찰하고 있다”면서 “카자흐스탄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BCC가 현지에서 내는 수익으로 경영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강창욱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