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낙하산 끊기’ 포문 연 경찰… 공정위 전·현 간부 7명 기소의견 송치
입력 2014-02-21 02:33
경찰이 전직 공정거래위원장 2명과 공정위 현직 고위 간부 등을 형사 처벌하기로 한 것은 공직사회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에 메스를 들이댄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낙하산 인사 관행은 도덕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없었다.
경찰이 밝힌 수사의 골자는 이렇다. 공정위 간부 H씨 등은 2010년 1월, 2012년 2월 있었던 특판조합 이사장 선출에서 당시 특판조합 상무이사였던 윤모씨 등을 접촉해 공정위 출신 간부를 이사장으로 뽑도록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대면한 자리에서도,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이뤄졌으며 다른 업무를 협의하는 와중에도 있었다. 특판조합은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고도 감독권 등을 가진 공정위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공정위는 이런 관행을 당연시했다. 공정위는 내부 인사를 하면서 A국장이 특판조합으로 가게 됐으니 B국장을 A국장 자리에 인사 발령을 냈다. 이런 내용의 인사문서는 두 전직 공정위 위원장에게도 보고됐고 결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특판조합 이사장으로 보내기 전 산하 기관인 소비자원으로 보내 ‘경력 세탁’을 시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찰이 확보한 증거의 효력이다. 무엇보다 물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제시한 근거는 대부분 관련자 진술이다. 당시 임원 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7∼9명의 위원들이 일관되게 공정위가 외압을 가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특판조합 내부 구성원도 있지만 공정위 입김에서 자유로운 외부인사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이 결재했다는) 내부 인사자료를 확보하려고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검찰이 만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자료를 임의제출 형식으로도 입수하려 했으나 공정위의 거부로 무산됐다. 경찰은 공정위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특판조합 임원추천위 회의록을 증거로 확보했지만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일 뿐, 물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은 2012년 임원추천위원장이었던 유모씨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씨는 다단계 피해를 구제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외부 인사로 공정위나 특판조합의 입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 증언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진술의 신빙성을 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번 수사의 특성상 ‘진술의 신빙성’에 성패가 달렸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가 성과를 거둘 경우 한국상조공제조합 등 공정위 산하 다른 3개 조합들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경찰 수사의 ‘테마’로 자리 잡을 경우 산하기관이 많은 정부부처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