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 인수… 라인·카카오톡 비상
입력 2014-02-21 02:33
페이스북이 세계 최대 모바일 메신저 중 하나인 와츠앱(WhatsApp)을 전격 인수했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라인, 카카오톡 등 국내 업체의 글로벌 경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페이스북은 19일(현지시간) 와츠앱을 190억 달러(20조3600억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는 성명을 통해 “와츠앱은 10억명의 사람을 이어주는 통로다.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대금 중 4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되며, 1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으로 제공된다. 또 인수 종료 시점부터 4년 후에 행사할 수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30억 달러어치를 와츠앱 임직원에게 주기로 했다. 와츠앱 공동설립자이자 CEO 잰 쿰(사진)은 페이스북 등기이사로 합류한다.
이로써 쿰은 가난한 이민자에서 억만장자가 되는 ‘어메리칸 드림’의 주인공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인근에서 태어난 쿰은 유년기 대부분을 전기도, 뜨거운 물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보냈다. 가난을 피해 16세에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왔지만 끼니를 위해 무료 식권인 ‘푸드스탬프’에 의지해 끼니를 해결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가 암으로 쓰러지자 어머니에게 나오는 국가 보조금으로 모자가 연명했다.
쿰은 중고책방에서 구한 컴퓨터 서적을 읽으며 희망을 키웠다. 1997년 야후에 들어간 그는 여기서 만난 브라이언 액튼과 2009년 와츠앱을 만들었다. 이번 인수로 20년 만에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개발자가 됐다.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의 인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지 않지만 와츠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다. 월 사용자가 4억5000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0%는 매일 와츠앱을 이용한다. 1년에 1달러를 내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신규 가입자가 매일 100만명씩 늘고 있다.
와츠앱 인수금액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온라인 사진 공유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을 살 때보다 19배 많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를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11월 모바일 메신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곤 아직 점유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와츠앱은 유럽, 인도 등 상당수 나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페이스북은 와츠앱과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우리나라의 라인, 카카오 그리고 중국 위챗 등이 버티고 있는 아시아 시장까지 넘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라인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위챗을 비롯한 자국 업체 때문에 진입이 어렵고 북미, 유럽은 와츠앱 등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은 이번 인수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모바일 서비스의 중심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대형 글로벌 업체가 뭉치면서 국내외에서 쏠림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