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일파’ 제럴드 커티스 美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입력 2014-02-21 01:31


“日, 위안부 문제 직시 보상 나서야… 책임있는 대표 피해자 방문 필요”

“책임 있는 일본의 대표가 위안부 여성을 방문하고 위안부 여성을 추모하는 소녀상을 찾아 사과할 필요가 있다.”

제럴드 커티스(74) 미국 컬럼비아 대학 석좌교수는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일본은 어두운 과거사를 직시하고 보상할 것이 있다면 당당히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티스 교수는 와세다 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는 등 수년간 일본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일본정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한 세계적인 학자로 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 사공일)이 주최한 ‘아베의 일본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을 위해 내한했다.

커티스 교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일본 의회에서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경악할 일이라며 성범죄 피해자에게 심리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을 기억한다”며 “총리의 그 말이 진심이라면 일본이 전시(戰時)에 자행한 성범죄의 피해자들에게도 당연히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진정한 의미에서 도덕적인 국가로서 미래를 추구해 가려면 과거사와의 단절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의 역사교육 부재도 질타했다. 그는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70여년간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후(戰後) 일본세대는 일본의 잘못에 대해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세탁될 수 없는 것이며 진실을 전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가 불러온 파장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비교했지만 절대로 같을 수 없다”며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이 묻힌 곳이라는 숭고한 뜻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커티스 교수는 미국이 아베 총리 취임 초기 국내문제에만 집중했던 이전 총리들과 달리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것이다. 특히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고 미국의 힘만으로 제어할 수 없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정한 상황을 함께 조율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과도한 우경화 행보는 오히려 미국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전에는 일본이 동맹국인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각종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우려했다면 이제는 미국이 도리어 일본이 일으킬 수 있는 분쟁에 연루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커티스 교수는 “미국은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국과 불필요한 갈등도 유발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갈등은 중국에게만 유리할 뿐”이라며 “미국은 한·일관계가 복원돼 동북아에서 한·미·일 3각 공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4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미국의 바람을 양국 지도자에게 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 있어 중요한 미국의 동맹국이며 동북아 안보를 위해 3국의 협력은 긴요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관계개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과거사 문제로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도 일본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속적인 한국의 과거사 사과문제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의 과거사 문제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와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로 마무리됐다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한국이 또 다른 과거사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도 원하는 바가 무엇이고 어느 선까지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