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밀림 보호” 에콰도르의 사기극?
입력 2014-02-21 01:33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2007년 국제사회에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을 했다. 야수니 국립공원의 이쉬팡고·탐보코차·티푸티니(ITT) 유전을 개발하지 않고, 아마존 원시림을 보호하겠으니 대신 국제사회가 대체에너지 개발과 빈곤 퇴치를 위해 돈을 모아 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야수니-ITT 계획’에 환경단체들은 환호했다. 자원 개발에 맞선 획기적인 환경보호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기극이었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아마존 열대우림 북서쪽에 위치한 야수니 공원은 세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 중 하나다. 공원 내 3개 유전에 72억 달러 상당의 원유(9억2000만 배럴)가 매장돼 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36억 달러만 모금되면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모금 활동이 한창이던 2009년 5월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과 10억 달러 규모의 비밀 계약을 체결했다.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입수해 폭로한 문건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 국가개발은행의 10억 달러 차관에 대한 대가로 페트로차이나와 안데스 석유에 ITT와 ‘블록 31’로 불리는 지역의 원유 채굴권을 줬다. 페트로차이나는 중국 국영 중국석유(CNPC)의 자회사이고, 안데스 석유는 CNPC와 다른 중국 국영 기업의 합작회사여서 사실상 모든 유전개발권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는 셈이다. 야수니-ITT 계획의 국제 모금 담당 대사로 활동했던 환경단체 아마존워치의 아토사 솔타니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야수니 계획의 모금활동을 할 때 정부는 중국에 ITT 유전을 팔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야수니-ITT 계획을 청산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우리를 실패하게 했다”고 밝혔다. 원하는 돈을 모아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전체 모금 목표액 36억 달러 가운데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200만 달러밖에 모으지 못했다. 별도로 유엔개발계획(UNDP)이 주도했던 펀드의 모금액도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부금 부족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가디언은 “코레아 대통령이 야수니 계획에 대해 충분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에콰도르 석유업계는 자금을 중국 쪽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 기업들은 에콰도르 유전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콰도르 석유업계의 압력과 중국·에콰도르 관계를 고려하면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석이다.
에콰도르 국민들은 계획이 무산되자 거세게 반발했다. 계획을 다시 살리는 국민투표를 목표로 4월 12일까지 60만명의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