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유혈사태 놓고 힘겨루기… EU “경제 제재”-러시아 “개입 말라”
입력 2014-02-21 03:43
시위대와 진압경찰 간 유혈사태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우크라이나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제재를 검토하는 등 압박에 나섰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의 개입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두둔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와 야권이 휴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유혈사태가 재발했다.
EU 회원국 28개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전날까지 최소 26명이 숨진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제재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시위대 유혈 진압 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EU 입국 금지나 자산동결 등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는 표적 제재를 포함한 여러 수단으로 현장 상황 악화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의 외무장관은 이날 키예프를 방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폭력적 시위 진압 중단을 촉구했다고 BBC가 전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유혈사태에 대해 “선을 넘는다면 (그에 상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제재나 다른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혈 진압을 주도한 정부 관계자 20여명의 미국 입국을 거부키로 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한 150억 달러의 차관 중 20억 달러를 21일까지 지원키로 했다. EU 등의 제재에 대한 대비책 성격이 짙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EU와 미국은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간 우크라이나 정부와 야권을 상대로 개입해 왔지만 이런 중재는 해가 될 뿐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며 “야권의 행위는 쿠데타 시도로 서방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EU 외무장관 회의가 예고된 전날 저녁 야권 대표와 만나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위대와 경찰은 다음날 키예프 거리에서 다시 충돌하며 피를 흘렸다.
부상자 치료를 맡은 한 의사는 “시위대가 독립광장 인근 건물을 점거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8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시위대 18명의 시신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경찰관 2명과 시위대 5명 등 총 7명이 죽고 60여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민심이 악화일로에 놓이자 키예프 시정부 의장(시장)인 블라디미르 마케옌코는 여당인 지역당 탈당과 국민(야권 시위대) 지지를 선언했다. 지역당 의원 10명도 국민 지지 의사를 밝히며 시위대에 힘을 실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