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순 서울시장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 내지 않으면 좋겠지만…”
입력 2014-02-21 02:34
만난 사람=신종수 사회2부장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 “논쟁이 빨리 종식돼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관련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안보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며 “이런 조작은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새정치연합과 6월 지방선거 연대나 단일화 여부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희망했다.
-서울시 간첩사건 증거 조작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중국 정부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논쟁이 빨리 종식돼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안보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시민 삶의 기초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보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런 조작은 신뢰를 오히려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철저히 조사돼야 한다.”
-새정치연합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나 연대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안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성공해서 기존 정치가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시장 후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로서야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내지 않아서 제가 재선되면 좋겠다. 하지만 저는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삶을 잘 해결해주고 서울의 미래를 잘 만들어갈 것인가는 시민들이 선택할 것이다. 시장은 99% 행정가다. 정당이나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있다.”
-여권 쪽에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등이 거론되면서 흥행될 조짐인데.
“새누리당 후보들이 다 쟁쟁한 분이고 능력을 갖추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민들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시민들은 흥행의 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 탈환’ 이런 표현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저는 시민들의 마음을 살 좋은 정책들을 갈무리하고 그런 것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소속인데 당 지지율이 낮다.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정당의 인기는 늘 변동이 있는 것이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부모님을 욕하거나 형님을 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객지 나가서 돈 벌어서 집안의 효자가 돼야 한다. 제가 서울시정 잘 이끌어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면 그게 당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이석기 의원 1심 선고가 있었다.
“저는 인권과 더불어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 북한 혹은 제3의 국가를 추종한다거나 우리 자유헌정체계를 전복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 이석기 의원에 대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재판부의 어려운 결심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피고 측 항소 의지가 있고 법치주의에는 2심, 3심이 있다. 사법부를 신뢰하고 최종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
-부림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등은 무죄 판결이 났다.
“우리의 사회적 자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국민들이 국가를 지켜야겠다고 하는 애국심이 우러날 수 있도록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었다. 저도 인권변호사로서 피해자, 희생자 편에서 변론하다보면 국가기관의 잘못이 있었다. 이런 것들을 국가기관이 성찰하고 새로운 자세로 나아가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재선되면 거기서 끝날 것인지 궁금하다.
“저는 검사를 하다가, 인권변호사 활동 하다가 참여연대를 만들고 아름다운재단을 만들고 아름다운가게를 만들고 희망제작소를 하다가 서울시장이 됐다. 어느 한번도 시작할 때 그 끝을 알지 못했다. 서울시정은 너무도 막중하고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다음에 무엇을 할건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제가 깨달은 진리는 늘 표표히 떠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게 저의 또 하나의 공직관이다.”
-재임기간 눈에 띄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없다.
“저는 조용한 가운데 소리소문 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다. 큰 것을 안 한 것도 아니다. 한양도성의 경우 한양도성도감이라는 기구도 새로 설치하고 연구소 만들고 시민 산책 코스도 복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잠정목록으로도 등재(2012년 11월 23일)됐다. 내년이나 후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수백조원 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강남 코엑스 중심으로 하는 MICE(국제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금액으로 따지면 용산국제업무지구 못지않다. 다만 개발시대는 이미 끝났다. 재래시장 앞에 누구나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주차장 만들려면 몇 백억원 들어간다. 우리는 노상 일렬주차를 허용해 주차장 효과를 냈다. 주차 허용으로 영세상인들도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그렇다. 내일을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이런 게 훨씬 더 시민들에게 체감되고 좋은 것 아닌가.”
-경전철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꼭 추진해야 할 인프라인가.
“세계 도시들의 도시철도 교통 분담률을 보면 도쿄가 86%, 런던이 65%, 파리가 58%인데 서울은 36%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은 도시철도가 도심과 강남에 집중돼 있다.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경제적으로,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대안은 바로 서울 제3기 도시철도(경전철)다. 일부 우려도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적으로 검토해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선정한 것이 10개 노선이다.”
-최근 ‘경청’이라는 책을 냈는데.
“소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사람들 사이에 절망과 분노가 있었다. 당시 주민들이 요구하는 모든 곳을 다 가봤다. 여러분이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할 때까지 듣겠다고 했더니 밤 10시30분에 끝났다. 그것이 힐링의 과정이었다. 물론 이런 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이해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해결된다고 본다.”
정리=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