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년원 후원 뮤지컬 콘서트 MC 봉사하는 배우 이건명 “아이들 꿈꾸게 해야”
입력 2014-02-21 02:33
뮤지컬 배우 이건명(42). 그는 다음 달 18일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주인공에 캐스팅돼 밤낮 없이 연습 중이다. 소설 원작 ‘프랑켄슈타인’의 빅터가 복제 인간을 창조해낸 내면을 노래와 연기로 드러내야 하다보니 “울지 않는 날이 없다”고 말했다. 이건명은 다음 달 ‘삼총사’ 일본 공연과 도쿄에서의 개인 콘서트도 앞두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오늘 밤엔 연습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운을 뗐다.
“소년원 청소년들을 돕는 뮤지컬 토크 콘서트 ‘후 엠 아이’ MC를 봐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 일만큼은 해냅니다. 나를 길러준 사회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20대 땐 정말 몰랐던 감정이죠.”
이 특별한 콘서트는 그를 포함해 길성원 양준모 등 뮤지컬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벌이는 ‘뮤지컬 나눔’이다. 지난해 경기도 안양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의왕 고봉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원생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 재단이 후원하고 있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이다.
“청소년을 돕는 배우 모임 ‘아르츠’가 학교(소년원)에 찾아가 ‘뮤지컬 오디션’을 열었어요. 그간 저는 최고의 배우가 될 욕심에 앞만 보고 살아 뭘 기부한다는 생각을 못했었죠. 그런데 담 안의 아이들을 대하고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이 멀쩡한 아이들이 왜?’라는. 그리고 이 아이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죠.”
그는 오디션에 참가하는 소년원 아이들의 멘토가 됐다. 눈을 아래로 깔거나 슬쩍 훔쳐보는 아이들은 자존감이 없었다. 자신감이 없으니 노래도 서툴다. 이건명은 이들과 벽을 허문 뒤 노래를 부르게 했다. “확실히, 확실히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저와 눈을 맞추게 돼요. 그리고 꿈을 갖게 됐죠. 아이들 변화에 제가 놀래요.”
지난해 30여명의 아이들이 배우들과 꿈을 만들어 나갔다. 이 중 실용음악과 등 관련 학과에 진학한 원생도 생겨났다.
“돌이켜 보면 저 또한 그 아이들과 종이 한 장 차이로 살았던 것 같아요. 서울 천호동에 살았는데 공부는 안하고 나이트클럽이나 다니던 사고뭉치였죠. 한데 고교 2학년 때 ‘삐리들’이란 중창단을 만들었어요. 그때 우리를 알아봐주고 자장면을 사주던 선생님이 계셨고요. 그분이 아니었으면 제가 대학(서울예전)에나 갈 수 있었을까요?”
이건명은 ‘후 엠 아이’ 행사에 올해만 11차례 더 MC로 나설 예정이다. “담 안 아이들과 해외 여행해 보는 것이 제 꿈입니다. 자전거도 타보고요. 제 나이에도 ‘후 엠 아이?’라고 묻는데 그 아이들이야 오죽하겠어요. 손 내밀어야죠.”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