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하교회 지도자들 위해 20년째 성경강해 방송… “청취자 반응 다양한 루트로 오죠”
입력 2014-02-20 18:06 수정 2014-02-21 02:32
단파라디오로 북한 성도 신앙교육하는 ‘북방선교방송’ 현장취재
‘큐’ 사인이 떨어졌다. “북녘에 계신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부드러운 음성의 권모(K신학대) 교수가 인사말을 건네면서 9시간짜리 ‘설교학’ 강의 녹음 작업이 시작됐다. 스튜디오에 들어서기 전, 그는 몇 가지 녹음 수칙을 머릿속으로 체크했다. ‘천천히 말한다’ ‘특정교단 교리를 주장하지 않는다’ ‘영어를 쓰지 않는다’ ‘정치적 언급을 삼간다’ ‘반복해서 설명한다….’
20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로의 한 낡은 빌딩 4층. TWR(Trans World Radio) KOREA(북방선교방송) 사무실에 들어서자 3.3㎡(1평) 남짓한 녹음 스튜디오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신앙 양육 프로그램 방송을 녹음하고 있었다.
1995년 9월 출범한 북방선교방송은 단파라디오 방송으로 북한의 지하교회 지도자들을 위해 20년째 전파를 쏘아올리고 있다. 본사 격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TWR(총재 로렌 립비)은 1954년 설립돼 현재 230개 이상의 언어로 전 세계에 복음을 전파하는 국제 방송선교단체다.
북방선교방송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복음방송인 극동방송과 구별된다. 극동방송이 북한 내 새 신자를 위한 복음 전파에 비중을 둔 선교방송이라면 북방선교방송은 기존 북한성도들의 양육·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극동방송이 중파를 이용해 24시간 방송하는 데 반해 북방선교방송은 단파를 이용해 매일 밤 75분간(오후 10시45분∼자정) 방송한다. 단파는 주로 국경을 넘어 넓은 지역까지 포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방송은 태평양 괌에 있는 TWR 송출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다시 북한으로 전파를 쏘면 북한 성도들이 단파 라디오를 이용해 방송내용을 듣는 것이다. 북방선교방송 대표 성훈경(47) 목사는 “모퉁이돌선교회와 자유북한방송 등 한국어 대북 단파방송만 현재 10여개에 이른다”면서 “단파 방송이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효율적인 수단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목사는 어른 손바닥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 단파라디오 신·구형과 이어폰, 소형안테나, 방송프로그램 목록이 적힌 소책자 등을 각각 보여줬다. 지금까지 북한에 보내진 단파 라디오는 대략 3만대. 하지만 북한 성도들이 들키지 않기 위해 땅속 등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3분의 1 정도는 고장 났을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편성 프로그램은 강해설교와 여성 및 어린이 주일학교 프로그램 등 4∼5가지.
정말 북한 성도들이 이 방송을 듣고 있을까. 성 목사는 “수년 전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가 중단했는데, ‘어린이 방송이 왜 없어졌느냐’는 청취자 반응을 다양한 루트로 접한 뒤 재편성한 적이 있다”는 사례로 답변을 대신했다. 적어도 꾸준히 듣고 있는 청취자와 연락책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북방선교방송은 현재 1만원 후원자 1000명을 모집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