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⑤ 통전적 선교 실천하는 IBAB침례교회
입력 2014-02-21 02:33
대형 공연장 같은 예배당… 강대상조차 없었다
브라질 상파울루 IBAB침례교회의 예배당은 대형 공연장과 비슷했다. 21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예배당에 긴 의자나 유리 강단 등 전통적인 교회에서 사용되는 물건은 없었다. 대신 2100개의 플라스틱 의자가 줄을 맞춰 놓여 있었고, 앞쪽 무대 위에는 강대상도 없었다.
상파울루 도심에 있는 이 교회는 3000여명이 신앙생활을 하는 대형교회이면서 동시에 통전적 선교를 실천하고 있는 브라질의 대표적 개신교회다. 화려하고 장엄한 예배당을 짓는 대신 최소한의 비용으로 교회를 임대해 운영하고, 나머지 예산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 25년간 교회를 이끌어 온 에드 르네 키비츠(50) 목사의 목회 철학이다.
지난 4일 교회에서 만난 키비츠 목사는 “우리는 교인들이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교회에 오고, 예배를 드린 뒤에는 빨리 밖으로 나가 예수의 자녀로 살아가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음은 결코 교회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사람 안에서 역사하며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연말마다 비정부기구(NGO)를 위한 모금을 하는데, 지난해는 40만 달러를 모아 올해 37개 NGO를 돕기로 했다.
교회는 지난 25년간 큰 성장을 이뤘지만 키비츠 목사는 이를 언급하는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예수께서는 양을 돌보라고만 하셨지, 양의 수를 늘리라고 하지는 않으셨다”며 “교회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브라질 젊은이들은 ‘세상을 바꾸는 교회’라는 메시지에 열광하고 있다. 키비츠 목사의 트위터는 12만명의 팔로워, 페이스북은 1만3000여명의 친구가 있다. 매주 목요일 업데이트하는 묵상 동영상은 최대 250만명이 시청한다. 교인 가운데 70%가 25∼39세의 청년층이며, 이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음날 방문한 자르딩 안젤라 지역의 상세바스티앙 기초공동체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협력으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브라질의 가톨릭 기초공동체는 1970년대 성직자가 파송되지 않은 지역의 신도들이 모여 성경 속에서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실천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 개신교 교회가 기초공동체의 활동에 동참하면서 종교간 협력을 통한 사회변화의 모델이 되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상세바스티앙 기초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크로우(68) 신부는 “1996년 이 지역 살인율은 10만명 당 120명이었고, 인구 60만명에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며 “10년 넘도록 끈질기게 지방정부에 요구한 결과, 살인율은 10만명 당 25명으로 낮아졌으며 2008년 250병상 규모의 시립병원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톨릭 기초공동체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에는 지역 내 모든 종파의 개신교회가 함께 했다”면서 “병원 설립에는 루터교회, 직업훈련소를 세우는 데는 장로교회가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상파울루=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