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저자] ‘우리 행성 이야기’ 낸 안상현씨
입력 2014-02-21 01:37
“혜성과 삶은 연결… 선조들도 많은 연구했죠”
밤하늘에 긴 꼬리를 끌며 나타나는 혜성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늘 두려움과 경이의 대상이었다. 우리는 흔히 천문학을 서양의 학문으로 여기지만, 우리 선조들 역시 오랫 동안 별을 관측하고 연구 결과를 기록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안상현 연구원(43)이 그런 우리 역사 기록 속의 천문 관측 자료, 특히 혜성 관측 자료를 토대 삼아 ‘우리 혜성 이야기’(사이언스북스)를 최근 출간했다.
왜 혜성일까. 그는 20일 인터뷰에서 “혜성은 지구에 물과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질을 전해주는 역할을 했다”며 “작은 천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혜성은 서양 과학사에서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고, 케플러가 행성운동 법칙을 세우는데도 기여했다”며 “이들의 과학적 업적이 한국에 어떻게 들어왔고, 우리 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살펴보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가령 유명한 핼리 혜성에 대한 기록은 ‘천변등록’이란 책에서 볼 수 있다. 영조시대 최고 관상감이자 천문학자인 안국빈이 작성한 ‘성변측후단자’ 보고서를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또 당시 승정원일기를 통해 전쟁이나 정변의 징조로 여겨지던 혜성의 등장을 우려하는 통치자와 이를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관상감의 대화를 소개한다. 당시 영조는 혜성의 등장이 “정치의 은혜가 백성들에게 미치지 못한 탓으로 과인의 허물”이라며 그것이 인간사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반면에 안국빈은 점성술은 믿을 것이 못 된다며 임금을 안심시키는 대목이 흥미롭다.
과학자가 한문 고문서를 연구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듯하다. 그는 “어려서 ‘삼국사기’ 등을 읽으며 한문 공부에 재미를 붙인 덕에 한문 읽기가 어렵진 않았다”고 전했다.
역사천문학이라는 분야는 연구자도 많지 않을뿐더러, 전문저널이나 학술지도 없다고 한다. 그는 “2001년 박사학위를 딴 뒤 외롭게 연구해 역사천문학 논문을 한글로 발표하면 실제 읽어주는 사람은 그 분야 연구자 10명 정도에 그치는 현실에 회한이 들었다”며 “그래서 그간 연구한 내용을 쉬운 글로 써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00년 국민일보에 ‘별 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2001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별자리’(현암사)라는 책을 냈다. 그럼에도 10년 만에 책을 쓰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고. 그는 “아내가 첫 장을 읽고 나서 ‘보고서 같다’고 지적해서 몇 번씩 다시 고쳐 썼다”며 “가급적 쉽게 써서 대중들에게 과학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재미있는 학문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