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 아버지 "딸이 갔으니 모든 것 용서"

입력 2014-02-20 17:39

[쿠키 사회]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 희생자의 첫 장례식이 20일 엄수됐다. 부산 성모병원에서는 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 신입생 고 박주현(18)양의 발인식이 열렸다.

발인식에 앞서 빈소에서 유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깊은 슬픔 속에 위령 기도를 했다. 발인식에 이어 박 양의 영정과 시신이 이기대성당으로 운구 돼 장례미사가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유가족과 친지, 신도 등 400여명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과 정용각 부총장 등 대학 관계자 10여명과 정유권 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 10여명도 참석했다.

박 양의 영정과 시신이 성전으로 들어가자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제히 흐느꼈다. 미사는 위령기도, 입당 성가와 기도, 강론, 고별식 등으로 1시간 동안 엄수됐다.

특히 박 양의 아버지 박규생씨는 모든 걸 용서하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박씨는 “너무 슬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우시면 제 딸이 길을 잘 못 찾을까 봐 염려가 됩니다. 대단히 감사드리고 모든 걸 다 용서하고, 제 딸이 갔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어 “저희 가족도 사람인지라 마음은 있지만…. 열심히 살고 새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가족을 대신해서, 주현이를 대신해서 감사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박명제 신부는 “박 양이 사고 전날 주일 미사에 참석해 잘 다녀오겠다며 할머니와 포옹하고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한마디 말없이 아픔과 추위에 떨었을 것을 생각하면 그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떠나면서 주고 간 삶의 의미를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에게 보여준 사랑을 떠올려 보면서 우리의 삶을 되돌아봐야 합니다”고 말했다.

박 양의 시신은 부산영락공원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경남 양산 천주교 묘지 안에 있는 하늘공원에 안치된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