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한국 옻칠 맥잇기에 한평생
입력 2014-02-21 01:37
옻나무는 상처가 나면 독성 진액을 내뿜어 스스로 치유한다. 이 진액에 안료를 넣고 가구에 바르면 광택이 난다. 자연의 빛깔이 스며들면서 방수·방부·방충 효과가 나는 것이다. 옻칠을 하면 오래간다. 기원전에 만든 옻칠 그릇에서는 여전히 광택이 나온다. 여러 겹 덧칠하면 더 아름답고 더 오래간다. 조선 왕실에서 쓰던 관에는 60번이나 덧칠했다는 기록이 있다.
옻칠을 하는 생활도구의 소재는 많다. 나무 금속 종이 가죽 삼베 등으로 만든 갖가지 기물에 옻칠을 한다. 옻칠공예가 정해조(69)씨는 한국 옻칠 재현과 진흥의 한길을 걸어왔다. 주로 모시나 삼베로 형성한 기물 위에 칠하는 협저태칠(夾紵胎漆)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 기법은 까다로워 63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나 조형이 용이하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공주박물관 소장 낙랑유물인 협저칠반도 이 기법을 사용했다.
정해조씨의 대표작 중 하나가 지난해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출품한 가로 세로 70㎝, 높이 60㎝의 ‘적광율 0834’이다. “옻칠공예의 광택은 사람의 피부로 문질러야 그 빛이 살아나요.” 이 작품은 사슴뿔을 태운 가루를 식물성 기름에 섞어서 바른 다음 한 주일 이상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안팎을 문질러 광택을 냈다. 그래서 그의 손에는 지문이 없다. 그는 옻칠 발음을 따 5월 7일을 스스로 ‘옻칠의 날’로 정해 기념을 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