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차 안에서 아들과의 침묵 두려워 말아야
입력 2014-02-21 01:35
아들이 사는 세상/로잘린드 와이즈먼/중앙m&b
아들 때문에 속 끓이는 부모들이 적잖다. 예민하고 까다로워도 말은 붙여볼 수 있는 딸과 달리 아들은 어떻게 해도 ‘소통 불가’인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미국의 사정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2002년 소녀들의 세계를 리얼하게 그려낸 ‘여왕벌과 추종자들’로 인정받은 10대 전문가. 그가 “이제 소년들의 세계도 알려 달라”는 빗발치는 요구에 답하고자 쓴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실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저자는 미국의 청소년 전문가들과 소년 160명의 도움을 받아 21세기 소년들이 처해있는 ‘잔혹한’ 현실로 안내한다.
소년들에게만 잔혹한 현실은 어떤 것일까. 비단 배트맨이나 지아이조 같은 영웅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소년들은 은연중에 감정을 억제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슬픔이나 두려움, 사랑 등의 감정을 표현해선 안 된다는 모종의 억압이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소년들의 세계에는 그들 자신도 인정하기 꺼리지만, 불문율처럼 은밀하고 엄격한 서열이 존재한다. 세상이 주입한 남자다움을 갖춘 아이는 일인자가 되고 나머지는 부하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이 난감한 윤리적 상황에 부닥칠 수 있고 놀랄 만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또 여자아이들만 외모에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만 남자아이들 역시 7세만 되도 ‘식스팩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이 밖에 게임 문제, 부모와의 대화 단절, 여자친구 문제 등까지 살펴보며 아들이 청소년기를 무사히 통과하도록 돕고 싶다면 먼저 ‘아들이 사는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 밖에서 충분히 시달려 지쳐 있는 아들에게 “학교나 학원에서 오늘 뭐 했어”라고 시시콜콜 묻는 건 결코 좋은 대화법이 아니다. 차에 올라탄 아들과의 침묵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온라인 활동이나 게임도 마찬가지. 현실의 괴로움을 잊고자 게임에 몰두하는 아들의 속마음은 헤아리지 않은 채 “언제까지 게임만 할 거냐”고 다그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아들이 하는 게임을 함께 배우며 일단 헤아려주라고 조언한다. 이주혜 옮김.
한국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사춘기 쇼크’(맛있는책)가 도움이 될 것이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인 이창욱 한국마인드케어연구소 대표가 전국을 누비며 2만 명의 청소년들에게서 들은 고민을 토대로 사춘기 문제의 해법을 제안한다. 부모의 이혼과 가정불화에 생각 이상으로 상처를 크게 받는 아이들의 모습 등 부모 세대가 미처 몰랐던 한국 청소년들의 세상을 볼 수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