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청와대 고스트라이터’의 글쓰기 비법은
입력 2014-02-21 01:36
대통령의 글쓰기/강원국 지음(메디치미디어·1만6000원)
대통령의 연설문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쓸까?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저자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해 터득한 40가지의 글쓰기 비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청와대에서 근무한 8년 동안 ‘자신’을 버리고 ‘대통령’의 아바타가 되어 그 사람의 논리 전개 방식과 고유의 표현 방식을 따랐다고 고백한다. 어투나 호흡은 물론 즐겨 쓰는 농담까지 철저하게 대통령의 말과 글을 따라야 하는 청와대의 ‘고스트라이터’였던 셈이다. 글쓰기에 관한 한 두 대통령은 저자에게 혹독한 개인교수였다. 저자가 쓴 초안을 일일이 고쳐줬을 뿐 아니라 때로는 불러서 직접 가르쳤다. 대통령 연설문은 토씨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말과 글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기를 수없이 되풀이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저자가 관저 식탁에서 2시간 동안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전수받은 글쓰기 지침이다.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하고, 문장은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쓰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라는 말에서 노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엿보게 된다.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