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발자취 따라

입력 2014-02-21 01:36


루쉰/후지 쇼조(한울·2만4000원)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1881∼1936)은 20세기 초에 활동했음에도 놀랍도록 예민한 감수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작가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11세 때인 1963년 루쉰의 단편 ‘고향’을 읽은 것을 계기로 루쉰 문학에 심취해 중국문학을 전공하게 된 도쿄대 문학부 후지 쇼조 교수는 1979년 중국으로 유학 갔을 때 루쉰의 고향인 사오싱을 방문하면서 더욱 그에게 매료되었다. 그가 다시 사오싱을 찾은 건 1995년과 2010년. 그가 루쉰의 고향을 세 번이나 찾은 것은 ‘고향’에 묘사된 풍경들이 근대화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제 사오닝은 미니 상하이로 불릴 만큼 근대화된 도시로 변해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오늘날 루쉰을 읽는다는 것이 중국인이나 일본인 그리고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자문자답이 이 책의 내용이다. 루쉰이 거주한 적이 있는 도시들, 즉 고향 사오닝에서 시작해 난징, 도쿄, 센다이, 베이징, 샤먼, 광저우, 홍콩, 상하이의 순서를 따라 돌면서 그곳에서 루쉰이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작품을 썼는지를 소개하고 있는 게 흥미롭다. 백계문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