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터지는 순간 아무 정신도 없었다"… 이집트 테러사건 부상자 인천공항 도착
입력 2014-02-20 13:56
[쿠키 사회] 20일 오전 11시 53분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티하드항공 876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집트 테러사건 부상자 13명은 대부분 휠체어에 의지해 초췌한 모습으로 비행기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크레모아 폭발 시 구슬이 전신에 박힌 최정례씨는 휠체어로 비행가를 빠져 나오다 여의치 않자 응급실용 와상환자를 위한 보조도구에 옮겨 실어야 했다. 최씨는 소방대원 및 항공사 직원 5명을 도움을 받고 들것에 누웠으나 핏기없는 얼굴이었다.
사고 이후 현지로 파견된 충북 진천군 직원 임병준(53)씨는 “폭발 순간 가이드 제진수씨가 테러범을 밀쳐내자 테러범이 뒤로 넘어지면서 크레모아를 잡아당겨 앞쪽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 다리를 다쳤다”며 “최씨는 몸속에 쇠구슬이 박혀 피를 흘리고 있는 상태로 귀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다리에 기부스를 한 채 휠체어를 타고 나온 김동환 목사도 초췌한 모습이었다. 김 목사는 “(크레모어가 터지는 순간)아무 정신도 없었다”며 “발가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귀국했다”고 힘겹게 말했다. 현지의 의술이 미흡하지만 발가락 한토막을 끊어내는 수술을 받은 탓인지 고통스러워했다. 김 목사는 “가이드 제씨가 테러범을 밀쳐낸 순간을 직접 보지 못했다”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여성은 얼굴에 크레모아 파편이 박혀 상처가 난 상태였다.
이들은 휠체어 8개를 타고 화물을 확인한 뒤 구급차 13대에 나눠 타고 서울대병원 등으로 후송됐다.
이들은 19일 오후 10시 50분 카이로 공항을 출발, 아부다비를 거쳐 오면서 장시간 비행탓인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테러 부상자 이광표·주미경씨는 베이징을 거쳐 오후 1시 45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집트 폭탄테러 현장에서 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희생자를 줄이고 숨진 현지 가이드 제진수(56)씨의 빈소가 20일 오후 8시쯤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진다.
제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5시쯤 딸 제래미씨(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소속) 등 유가족들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제씨는 현지 가이드 겸 ‘블루스카이 트래블’ 여행업체 사장으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교인 김홍렬(64)씨,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35)씨, 이집트인 운전사 등 이번 테러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제씨는 테러범이 버스 계단에 한 발을 들이는 순간 밀쳐 내 폭탄테러 희생자를 최소화했지만 정작 본인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제씨는 22일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소재 시안추모공원에 안치된다.
한편 이날 귀국하는 테러 부상자 15명은 가족의 뜻에 따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에 각각 10명, 5명씩 배정됐다. 김 목사는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