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안전관리 요원 10여명 사고 당시 어디에… 체육관 붕괴 참사 4대 의혹

입력 2014-02-20 02:33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는 ‘폭설’ 탓으로만 보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리조트 측의 안전관리 소홀, 지자체의 복지부동, 행사 주최 측의 안전불감증, 건설사의 부실시공 등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의혹이 상당하다. 이들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어 결국 경찰 조사를 통해 과실 여부가 가려질 수밖에 없다.

◇리조트 안전관리 요원들은 어디에?=사고 당일 리조트의 안전관리 담당 순찰 요원은 1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문제의 체육관 지붕에 쌓인 눈 정리를 비롯한 포괄적인 시설물 안전 관리를 담당한다. 사고 당일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 외에 다른 행사는 없었다. 때문에 이들이 체육관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다뤘어야 했다는 게 리조트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500여명이나 되는 대학생들이 좁은 건물에 빽빽하게 모여 있었지만 안전관리 직원들은 한 명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리조트의 진상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행사 시작 전 이벤트 업체 직원들에게 관리를 넘기고 자리를 비웠다. 리조트 관계자는 “사고 당시 야간 안전관리 요원들이 근무 중이었던 사실은 확인했지만 어디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설물 안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원들이 붕괴된 체육관 건물에 쌓인 눈의 위험을 간과한 부분도 의문이다. 인근 울산지역 공장 건물들이 30여동이나 주저앉는 등 사고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성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체육시설에서 공연, 지자체는 묵인=붕괴된 체육관은 족구장 부지에 만들어져 ‘체육시설’로 허가받았다. 정식 명칭도 체육관이다. 그런데 리조트 측은 이 체육관에 각종 문화 행사를 유치하며 사실상 공연장으로 전용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공연장·음식점·비디오방 등 문화시설과 같은 다중이용업소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정기 점검 대상이지만 체육시설은 제외된다”고 밝혔다. 리조트가 체육시설을 문화시설로 편법 전용했지만 경주시에서 관리할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한다고 편법 전용으로 비난하기는 어렵다”며 “체육시설에서 집회나 공연을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 단속이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체육시설을 공연장 등 문화시설로 활용하려면 시장의 허가를 받도록 조례를 제정해놨다. 반면 경주시는 조례 등 관련 규정이 없다. 경주시 관계자는 “(붕괴된 체육관이 공연장으로 쓰인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붕괴된 체육관이 방치된 또 하나의 이유는 사설(私設) 건물이기 때문이다. 경주시는 ‘경주시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로 재난·재해 등 위험 상황 시 체육시설 이용을 제한한다. 그러나 경주시가 건립·설치한 건물에 국한된다.

◇행사 주최 측, 부실한 사전답사 “리조트가 답사 막아”=학생회와 이벤트 업체가 사전 답사를 충실히 시행하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체육관이 무너질 당시 행사장에서 공연을 준비했던 이벤트 업체 A사 관계자는 “지난 6일 사전 답사했지만 (무너진 체육관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고 밝혔다. 당초 A사는 경주 켄싱턴리조트에 행사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켄싱턴리조트에 객실이 없어 마우나오션리조트로 갑작스럽게 장소가 변경됐다. 행사가 임박한 상태에서 장소가 변경되는 바람에 안전점검 대신 본연의 업무인 음향장비 등을 점검하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A사는 몇 차례 체육관을 둘러보려 했지만 리조트 측이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A사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답사를 가려고 할 때마다 리조트 측에서 눈이 많이 내린다며 나중에 오라고 했다”면서 “강당 지붕에 쌓여 있는 습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조트 측에서 제설작업을 철저히 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속절없이 무너진 철제 골조, 왜?=사고 현장은 굵은 H빔이 엿가락처럼 휘어 주저앉아 있다. 그 위를 샌드위치 패널이 덮고 있는 처참한 모습이다. 건물 전체를 지탱하는 철제 기둥까지 넘어져 있다. 기둥과 보 부분의 하중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 등 설계 부실 의혹, 지정된 자재를 쓰지 않았다는 부실시공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우나리조트 내 체육관을 감리한 이상묵 건축사는 “눈이 너무 많이 왔다. 눈의 하중에 충분히 버틸 수 있도록 기준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면서 “기준 강도를 높이면 경비가 많이 든다. 어떤 건물도 진도 9.0에 대비해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주=이도경 조성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