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 총리 야스쿠니 신사참배 실망” 발표에… 아베 보좌관 “실망한 건 우리” 역공

입력 2014-02-20 04:17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보좌관이자 참의원 의원인 에토 세이이치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한 미국에 실망했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에토는 전날 유튜브에 ‘에토의 보고’란 제목의 동영상에서 미국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오히려 우리 쪽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촉구해온 인물이다.

에토는 “미국이 일본에 실망했다고 언급한 건 (야스쿠니 참배를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 중국을 향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국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기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20일 미국을 방문,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과 만나 “총리는 언젠가 참배한다. 꼭 이해를 부탁하고 싶다”며 이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비판하느냐는 뜻으로 읽힌다.

에토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언급하며 “일본이 아무리 자제하려 노력해도 중국의 팽창정책은 중단되지 않는다”며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총리의 (신사 참배) 결단이 있었다”고 강변했다. 이어 미국에 대해선 “동맹 관계인 일본을 왜 이리 중시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교도통신은 총리 최측근인 에토의 발언을 놓고 “미국과 일본의 골이 깊어가는 양상”이라며 “아베 정권이 외교 전략의 중심으로 삼은 미국과 일본의 기축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토는 파문이 일자 기자들에게 “개인적 견해지만 총리 보좌관이라는 입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발언을 철회하고 동영상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에토에게 전화를 걸어 발언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에토의 동영상에 대해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로 일본 정부의 견해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