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사고 6일 전 보강공사 견적서 산출… 체육관 구조결함 알고 있었다

입력 2014-02-20 02:33

115명의 사상자를 낸 코오롱그룹 소유의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는 리조트 측이 사전에 붕괴 위험을 인지했으면서도 방치한 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리조트 측이 사고 발생 6일 전 체육관 보강공사와 관련한 공사비 견적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울산에서 철구조물 조립식주택 건설 업체를 운영하는 K씨(57)는 “지난 11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리조트 관계자를 만나 체육관 보강공사를 위해 견적을 제시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비용을 산출한 적이 있다”고 19일 밝혔다.

K씨는 당시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체육관 시설 보강을 위한 공사비 산출을 제안받고 체육관을 직접 둘러본 뒤 1000여만원의 소요경비를 제시했다. 그는 체육관 내외부를 둘러본 결과 철제 가로보와 기둥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공사비 예상금액을 리조트 관계자에게 구두로 제시한 뒤 헤어졌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K씨와 함께 동종 업체 관계자 3∼5명이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리조트 측이 체육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시설 보강을 하려 했다는 정황을 뒷받침해준다.

K씨는 “마우나오션리조트 관계자는 ‘체육관 보강공사 견적 산출은 상부에 보고해 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리조트 측은 업체들을 상대로 계약 체결이나 연락을 하지 않아 시설 보강 계획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리조트 측은 “보강공사를 위해 업체에 견적을 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리조트 측이 업자들에게 견적을 산출하도록 한 것은 체육관이 안전상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체육관을 신축하는 과정에서의 불량자재 사용과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동영상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체육관에는 CCTV가 없었으나 대행업체 직원이 행사 당시 상황을 촬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사고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강구조학회 등의 전문가 30여명이 도착해 현장감식을 벌였다.

사망자 유족과 코오롱 측의 보상 협상은 마무리됐다. 구체적인 보상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은 유족에 대한 보상금 중 일부를 사재를 출연해 부담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주=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