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 金 5인방 도전 뒤 숨겨진 그녀들 이야기
입력 2014-02-20 02:31
패션 관심 많은 심석희 틈틈이 ‘아이쇼핑’
한국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긴 ‘쇼트트랙 계주 5인방’은 빙판 위에선 악바리지만 평소엔 옆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숙녀들이다. 고글 속에 숨겨진 얼굴엔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았고, 아이돌 스타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다. 멋진 화보로 반전 매력을 뽐내는가 하면 넘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당찬 면모도 갖췄다.
◇아이스크림과 ‘엑소’가 좋은 깜찍발랄 10대들=3000m 계주에서 ‘반 바퀴 대역전극’을 선보인 심석희(17)는 인테리어와 패션에 관심이 많고, 인터넷 쇼핑몰 구경이 취미다. 특히 아이스크림 사랑은 유별나다. 태릉선수촌에는 아이스크림이 없어 1주일에 한 번 외출할 때마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고 한다. 아버지 심교광씨는 딸이 스케이팅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자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로 이사와 뒷바라지한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김아랑(19)은 항상 웃는 얼굴로 경기에 임해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로 불린다. 그를 지도했던 강병혁 감독은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인성을 갖췄다”고 칭찬했다.
쇼트트랙 조남규 코치가 2012년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크게 다쳐 병상에 누워있을 땐 손수 편지를 써서 보냈다. 편지엔 ‘쌤이 열심히 치료받으실 동안 저는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게요. 쌤 못 봐서 짱짱 보고 싶어요’라고 썼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아이돌 엑소(EXO)의 시우민에게 가 있다. 김아랑의 휴대전화 배경화면과 카카오톡 프로필은 시우민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귀화 한국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공상정(18)은 아이돌 뺨치는 귀여운 외모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대만에서라면 바로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지만 한국 국적을 원했던 그는 2011년 12월 귀화해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는 외과전문의다.
이들 3명과 신다운 박세영 등이 걸그룹 크레용팝의 ‘빠빠빠’에 맞춰 ‘직렬5기통 춤’을 추는 동영상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최광복 코치의 생일을 맞아 대표팀 막내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를 이한빈이 촬영해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9만을 넘었다.
◇대표팀의 대들보 조해리·박승희…‘오뚝이’ 공통점=조해리(28)는 실력에 비해 유독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대회 땐 나이제한 규정(만 15세)에 걸렸고, 2006 토리노대회를 앞두고는 발가락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3000m 계주에서는 1등으로 들어왔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그는 “한때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로 깊은 좌절감에 빠졌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 유인자씨는 딸의 금메달 소식에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 같아 정말 고맙다”고 눈물을 흘렸다. 조해리는 ‘빙상 여제’ 이상화와 각별한 사이다. 경기를 앞두고 서로 SNS에 응원 글을 올리고 함께 산책하며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박승희(22)는 성격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하다. 이한빈과의 연애 사실도 스스럼없이 공개했다. 트위터에 ‘내가 힘들고 지쳐서 흔들릴 때 옆에서 잡아주고 힘이 되어주는. 아이러브 한답니다. 쿠쿠’ 식의 애교 넘치는 글도 자주 남긴다.
소치대회에선 500m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고도 일어나 다시 달리는 투혼으로 ‘오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자신의 좌우명인 ‘포기하지 마’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권지혜 황인호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