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경호실의 ‘꽃’ 수행부장 교체 이유 싸고 설왕설래
입력 2014-02-20 02:32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담당하는 경호실 소속 대통령 경호수행부장이 돌연 교체된 것을 놓고 청와대 안팎에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호수행부장이 지난달 말 경호실 정기인사에서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됐고, 다른 경호실 부서장이 수행부장을 맡게 됐다”며 “경호실은 한 요원이 여러 부서 업무를 경험토록 하는 순환보직 인사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행부장은 청와대 경호실의 ‘꽃’으로 국내외 각종 행사 때마다 대통령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그림자 수행’을 하는 근접경호팀의 대장격이다. 역대 정부에서 수행부장은 한번 임명되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거의 바뀌지 않는 게 상례였다. 따라서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수행부장이 갑작스레 바뀐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셈이다.
청와대는 크게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국가안보실로 편제돼 있다.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보좌 기구라면, 경호실은 대통령의 안전을 전담하는 기구다. 전자의 두 조직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참모들 면면을 다 교체하는 반면, 경호실은 정권과 관계없이 청와대를 지켜왔다. 때문에 예전부터 정부 공직자들 사이에선 “진짜 청와대 주인은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아닌 경호실 식구들”이란 말이 돌 정도였다.
이번 인사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실 간 미묘한 갈등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전직 수행부장이 해외 순방 시 지나치게 박 대통령의 언론·교민 접촉을 막으면서 참모진과 갈등을 빚었다”는 설이 나돈다. 경호실 인사에 비서실 핵심 인물이 개입한 게 긴장을 일으켰다는 주장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경호담당 비서에게 임기 내내 수행부장을 맡겼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경호실에서 파견 나온 수행부장을 임기를 마칠 때까지 계속 신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수행부장이 임기 중간에 한 차례 교체됐는데 첫 번째 수행부장이 다른 부서장으로 옮겼다가 임기 말에 경호실장으로 발탁된 염상국 전 실장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