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절망·꿈의 무게 음악으로 표현했다… ‘뉴턴스 애플’ 들고 온 밴드 넬
입력 2014-02-20 01:34
‘서태지가 선택한 밴드.’
밴드 넬(멤버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에겐 지금껏 따라다니는 이름표가 하나 있다. 2003년 발표한 정규 1집 ‘렛 잇 레인(Let It Rain)’을 서태지(42)가 프로듀싱 하면서 이들과 서태지는 서로에게 ‘연관 검색어’가 됐다. 하지만 이를 떼어 놓고 봐도 넬은 한국 모던 록 장르에선 독보적 아이콘으로 서있다. 매년 여름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발표될 때면, 세계적 밴드들과 함께 ‘국가대표’로 이들의 이름이 언급되곤 한다.
1999년 결성돼 데뷔 15년차가 된 넬. 팀명은 조디포스터 주연의 영화 ‘넬’(1994)에서 땄다.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던 영화 속 주인공이 자신들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 이름을 닮아가고 있는 걸까. 이들이 ‘음악’이란 언어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언제나 ‘넬’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2012년 겨울, 넬은 싱글앨범 ‘홀딩 온투 그래비티(Holding Onto Gravity)로 ‘중력 3부작’ 시리즈를 시작했다. 지난해엔 두 번째 싱글 ’이스케이핑 그래비티(Escaping Gravity)를 내놨고 오는 27일 정규 6집 앨범 ‘뉴턴스 애플(Newton’s Apple)’로 그 대장정을 마친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의 한 카페에서 8곡의 신곡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넬은 “사랑, 절망, 꿈에서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을 느꼈다”며 “존재하지만 느끼지 못했던 ‘중력’을 음악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뉴턴스 애플’은 기본에 충실한 앨범이다. “베이식(Basic)한 구성으로 꾸며보자”며 멤버들 모두 자신의 악기 음색을 새롭게, 하지만 충실히 구현해내기 위해 매진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악기 하나 하나의 색깔은 전작들보다 귀에 생생하게 들어온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보컬 김종완의 음색은 담담하게 들린다.
곡은 모두 ‘Gravity(중력)’이란 키워드로 이어진다. 타이틀곡 ‘지구가 태양을 네 번’에선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감싸 안을 동안/ 나는 수백 번도 넘게 널 그리워했고/ 또 지워가야 했어…’라며 지구가 태양을 네 번 돌 시간(4년)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침묵의 역사’에선 이별의 불공평한 상황을 70년대 사운드로 표현했고, ‘환생의 밤’에선 전자음과 미스터리한 코드 진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뉴턴스 애플(Newton’s Apple)’에선 ‘뉴턴의 사과가 땅에 떨어지듯 나의 중력은 너에게 향하고 있다’는 남자다운 고백을 건넨다.
앨범은 또 한번 대중들을 ‘모던록’의 세계로 끌어드릴 듯하다. ‘중력’과 닮았다.
“부끄럽지 않은 음반을 내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 아닐까요. 밴드 음악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분들도 우리 음악을 듣고 밴드 음악의 매력을 느끼면서, 다른 밴드들의 음악까지 찾아보게 되면 좋겠어요.”(김종완)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