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악플 달아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입력 2014-02-20 17:51 수정 2014-02-19 23:30
[친절한 쿡기자]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17일 오후 9시15분쯤 경북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부산외대 아시아대학 신입생과 이벤트 회사 직원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부상당한 것입니다. 사고 당시 건물에선 신입생 환영회 및 축하공연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사망자 10명 중 6명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부푼 마음을 안고 대학 문을 두드린 꽃다운 나이의 신입생들이었습니다. 안타까움은 그래서 더 컸습니다. 희생자들이 남긴 생전 글과 눈물겨운 사연들에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런데 철없는 일부 네티즌들에겐 어린 생명이 차가운 곳에서 죽어간 일조차 유희꺼리에 불과했나 봅니다. 인간이길 포기한 듯한 이들은 “지잡대 다닐 바에 죽는 게 효도”라든가 “살고 싶어서 엄마 찾는 거 구경하면 재미있을 듯” “여학생들 옷도 찢어졌을 텐데 좋은 구경 놓쳐서 아쉽다”라는 등의 상상을 초월하는 악플을 달아댔습니다. 반사회적 커뮤니티라는 논란이 있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한 회원도 ‘부산외대 학식(교내식당 식단)’이라는 제목으로 제사상을 찍은 사진과 함께 “1년에 한번만 먹을 수 있다”라는 글을 올리며 다른 회원들과 함께 낄낄댔습니다.
부산외대 측의 안일한 대처도 악플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추가 합격을 알리는 문자가 적절치 못한 시간에 전송된 것입니다. 부산외대는 참사가 난 지 1시간 만인 17일 오후 10시쯤 6차 추가합격 문자를 전송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네티즌들은 ‘결원을 채우기 위해 추가 입학을 시키고 있다’라는 악성루머를 퍼뜨렸습니다.
학교 측은 뒤늦은 18일 오후 “신입학 마감을 앞두고 이뤄진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고 19일에는 “추가 모집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같은 조치였습니다.
악플러들은 신이 난 듯 날뛰었습니다. 인터넷에는 ‘예비 28번인데 제발 20명만 더 죽어라’ ‘이번 사고로 추가 합격할 사람들 미리 축하한다’ ‘예비 1번인데 집안이 완전 축제분위기’ 등 충격적인 글들이 난무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실제로 부산외대에 지원한 학생이라기보다는 그저 재미를 느끼기 위해 일종의 놀이를 하는 ‘몸만 어른’인 아이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추가합격 소동은 끝났지만 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 문제가 거론되자 이들은 다시 ‘목숨값’을 조롱하는 악플을 달고 있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쾌락의 도구로 삼는 이런 악플러들은 큰 사고가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2003년 192명이 사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고가 났을 때도 악플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이후 일베에선 대구 지하철 희생자를 뜻하는 ‘통구이’라는 용어가 생겼고, 불순한 이 단어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악플러들에게 묻습니다. 인터넷에 자극적인 글을 올려 쾌락을 즐기고, 자신과 관련 없는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줘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습니까? 악플을 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럽진 않습니까?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말을 해 불쾌감을 조성하고 그 뒤에 돌아오는 비난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정신병입니다. 부디 마음의 병을 고쳐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그 첫걸음은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일단 집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