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붕년] ADHD 약물치료가 중요한 이유
입력 2014-02-20 01:33
대표적인 소아청소년 발달장애의 하나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는 이제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와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이상행동을 보일 때 ADHD를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찾는다. 자녀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ADHD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일 때 ADHD는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병을 안길 수 있다.
최근 내원한 A군은 ADHD 진단을 받고 1년 넘게 약물치료를 해오다 이번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이를 갑자기 중단했다. “학기 중에는 어쩔 수 없지만 방학 때만이라도 약물치료 대신 엄마가 옆에서 직접 돌보면 더 낫겠지” 하고 판단했단다. 그러나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보호자는 아이와 함께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돼가던 아이의 증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뒷바라지하던 엄마는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사실 ADHD는 아동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도 많은 스트레스를 안기는 병이다. ADHD 자녀 때문에 가정불화를 겪거나 이웃과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고, 일부 보호자들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이와의 충분한 상호작용은 분명 ADHD 치료에 도움이 되고 권장되는 사항이지만 부모의 헌신적인 양육태도가 약물치료의 필요성까지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ADHD는 뇌 안에서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이상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약물치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으로 치료약 복용을 중단시키고, “내가 좀 더 참고 인내하면 되겠지” “아이와 함께 잘 놀아주면 좋아지겠지” 하다가는 자녀는 물론 보호자의 건강조차 해칠 수 있다. 양육 스트레스가 한계에 달해 정서적으로 지친 부모의 말과 행동은 ADHD 아동의 치료에 득보다 실이 되기 쉽고 가족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ADHD 치료의 기본이 되는 약물치료는 아동을 위해서도, 보호자를 위해서도 꾸준히 진행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그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ADHD 아동에 대한 치료약 복용 효과는 물론 이것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관찰한 최초의 임상연구로 전국 6개 대학병원에서 132명의 ADHD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약물치료 이후 ADHD 아동의 증상 및 학업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을 뿐 아니라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 및 정서 상태도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치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ADHD 치료로 권고되는 안전한 치료법이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단속 없이 복용할 때 점진적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전체적인 생활리듬이 바뀌는 방학은 성장기 ADHD 아동에게 특히 중요한 시기이므로, 더욱 꼼꼼하고 꾸준한 복약 관리가 필요한 때다. 이 시기를 놓치면 돌아오는 새 학기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치료도 지체될 수 있다.
방학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학기 중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점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이 기회를 살려서 아이와 함께 놀이하며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건강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됐듯 지속적인 약물치료는 아동과 보호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의 정서 건강에 도움을 준다. 잘못된 정보를 따르는 대신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꾸준한 약물치료와 아이와의 상호작용으로 방학 기간이 새롭고 힘찬 새 학기를 준비하는 재충전 기간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