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단축제 실효성 높여야 ‘일家양득’
입력 2014-02-20 01:33
정부가 장시간·비효율적 근로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일家양득’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 기업대표 등 각계 인사들은 18일 이 캠페인의 선포식까지 열었다. 일가양득이란 일거양득(一擧兩得)을 차용한 말로,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노동시간 단축은 사실 어제오늘의 과제가 아니다. 일·가정 양립, 스마트 워크, 저녁이 있는 삶 등 근로시간 단축은 역대 정부의 과제와 선거에서 빠진 적이 없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정부는 앞으로 근로시간 줄이기, 휴가 및 유연근무 확대, 육아지원 등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다. 그렇지만 슬로건만 바꾼다고 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인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연차휴가 강제사용 촉진제, 육아휴직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 많은 제도와 노사에 대한 인센티브가 도입됐지만, 그 제도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것을 벌써 깨달았어야 했다. 즉 근로시간 단축은 장려책이나 캠페인을 통해 이뤄지는 게 아니라 구속력 있는 규제에 의해 달성된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직원을 더 적게 쓰고, 더 많은 시간 부리는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현실이라고 기업체 임원이나 사용자단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러니까 업무성과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야근을 밥 먹듯 하고, 법정휴가의 절반도 못 쓰는 근로자가 30%에 이른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10%남짓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많은 경우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근로자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최근 CJ 그룹의 여론조사 결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가장 활성화됐으면 하는 제도’로 이 그룹출신 경력단절여성 237명의 48.9%(116명)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첫 손에 꼽았다. 범국민적 의식개혁 운동보다 효율적인 제재방안이 더 절실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