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기업 사외이사까지 낙하산 파티
입력 2014-02-20 01:41
공기업 낙하산 인사는 고질병이다.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야당과 언론이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오불관언이다. 집권당이 대선 때 공이 있는 사람이라는 등의 이유를 대며 청와대에 천거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리를 마련해준다. 공기업 인사는 관련 부처 장관에게 맡겨야 하는데도 실질적인 인사권은 청와대 비서실이 행사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대선 때마다 집권하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지켜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낙하산 인사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정치권 인사가 공기업의 요직을 맡을 경우 정부와 손발을 맞춰가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능력이 모자라는데도 보은 차원에서 인선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인사 역시 도를 넘고 있다. 공기업의 사장과 감사에 새누리당 출신이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사외이사에도 낙하산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13·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강희 인천시 원로자문위원회 위원과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전혁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최교일 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했다. 모두 박 대통령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들이다. 또 하나같이 전력 등 에너지 분야 문외한이다. 야당이 비난 성명을 낼 만도 하다.
사외이사는 기업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특히 공기업 사외이사의 경우 주인의식이 희박한 경영진을 엄정하면서도 세밀하게 감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사장과 감사, 그리고 사외이사가 정권과 유관한 사람들로 선임될 경우 경영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짬짜미해 거수기 노릇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공기업들이 방만 경영으로 엄청난 부채를 안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끊임없이 계속된 낙하산 인사다. 감사와 사외이사 기능이 마비돼 경영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영진과 노조가 결탁해 임직원의 과도한 복지 혜택을 결정한다 해도 견제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기업 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을 올해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정부와 공기업에 과감한 개혁을 주문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노조와 정면승부를 벌일 태세다. 박 대통령의 이런 결의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개혁에 성공하려면 낙하산 인사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 그래야 개혁에 반발하는 노조를 설득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선 논공행상에 미련이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낙하산 인사 중단을 선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