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시간 늘리고 더 자유로워야

입력 2014-02-20 01:51

통제 가능한 곳에서의 소규모 상봉 방식 바꿀 때 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이 20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등에서 상봉한다. 남측 이산가족 82명과 동반 가족 등 140여명이 북측에 있는 가족 180명을 만나게 된다. 이어 23일부터 25일까지의 2차 상봉 때에는 북측 상봉단 88명이 남측의 가족 360여명과 재회의 시간을 갖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혈육과 60여년 만에 마주하는 만큼 깊은 감회로 밤잠을 설친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각각 3일간 6차례 실시된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11시간가량 된다. 상봉 행사장은 여느 때처럼 눈물바다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반세기 이상을 기다려 왔던 점을 고려하면 상봉시간은 너무나 짧다.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가족들만 모인 곳에서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한다.

남북이 이번 상봉 행사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제도의 개선 방안을 적극 강구하길 기대한다.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처음 이뤄진 1985년부터 지금까지 상봉은 거의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시작된 화상상봉이 2007년 이후 중지된 점을 들어 상봉 방식이 되레 퇴보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산가족은 고령자들이다. 1차 상봉에 참여할 남측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85세다. 25명이 90세 이상이다. 건강이 악화돼 상봉을 포기한 이들도 있다. 해가 갈수록 세상을 뜨는 이산가족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생존해 있는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7만1000여명이다. 상봉을 희망했다가 숨진 이들은 5만7000여명이다. 지난해에만 3800여명이 숨을 거뒀다. 반면 30여년간 상봉한 사람은 남북을 합쳐 2만5000여명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남측 상봉 신청자들 가운데 몇 사람이나 생전에 한을 풀 수 있을지 암담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재처럼 한 차례에 이산가족 100명 안팎을 대상으로 하는 상봉 방식을 바꿔야 한다. 가깝게는 가족들끼리 만나는 횟수와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통제가 가능한 곳에서만 만나라고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다. 회포를 풀 시간이 부족해 오히려 가슴 속 응어리가 커져 상봉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런 부작용을 방치할 순 없다. 상봉단 규모와 횟수도 늘려야 한다. 남북이 여러 곳에서 상봉할 수 있도록 합의만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나아가 상시적으로 이산가족들의 생사 및 주소를 확인하고, 서신의 자유로운 왕래 그리고 고향 방문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본격화된 이후부터 남측은 줄곧 북측에 상봉의 정례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봉행사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체제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통 큰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