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버스 폭탄테러 속에 핀 2인의 ‘살신성인’] 사도바울을 꿈꿨던 김진규 목사
입력 2014-02-19 19:49 수정 2014-02-20 02:32
이집트의 이슬람 과격파 지하조직이 자행한 폭탄테러로 한국 성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김진규 목사는 선교사 지망생으로, 제진수 집사는 성지순례 가이드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소명에 충실했다. 테러범의 자살폭탄공격으로부터 진천중앙교회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던진 두 사람의 숭고한 삶을 살펴봤다.
“늘 남 돕더니… 마지막까지 파편 온몸으로 막아내”
올해 초, 그는 선교사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할 훈련 일정을 달력 마지막장까지 빼곡히 적어 넣었다. 아내와 네 살배기 딸, 친구들은 그의 새로운 출발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나흘 전 달력은 넘어가기를 멈췄고, 격려는 애도로 바뀌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 타바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숨진 고 김진규(35) 목사는 사도바울 같이 되기를 다짐했던 선교사 지망생이었다. 그의 SNS에는 ‘이 천국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24:14)’는 말씀과 함께 “주님이 오실 그날을 위해 내 생명을 바치겠나이다. 주님의 그 영광의 날에 함께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라는 각오가 남겨져 있다.
백석대 신대원에서 목회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1년 간 서울 관악구 인헌1길 시냇가푸른나무교회(신용백 목사)에서 부목사로 섬기다 선교훈련을 받기 위해 올해 초 사임했다. 그즈음 성지순례 가이드 제의를 받았다. 다음달 2일부터 5개월간 진행 되는 은혜국제사역(GMI)선교사훈련원의 교육을 받기 전 준비할 것들이 많았지만 목회자로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수락했다.
김 목사는 이번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현지가이드 제진수씨와 함께 폭탄의 파편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진천중앙교회 성지순례 총책임자인 김영철 장로는 19일 “두 분의 희생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평소 김 목사와 가깝게 지낸 경기도 고양 덕양구 덕은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김 목사는 항상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고,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며 “이는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하신 김 목사의 부모님과 먼저 목회의 길을 간 형제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의 부모는 40여 년간 서울 흑석동의 한 교회에서 사찰집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의 첫째 형 김진성 목사는 성남 지구촌교회, 둘째 형 김진혁 목사는 천안침례교회 부목사다. 동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현재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두 사람은 “동생 목사는 주님 말씀을 전하다 순교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라 말했었다”며 “누구보다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했던 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