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교회 가면 문화가 흐른다… 대학로 ‘미와십자가교회’ 눈길

입력 2014-02-20 02:31


서울 종로구 대학로11길의 건물 지하1층에 있는 스페이스아이는 평일에는 연극이나 콘서트, 전시회를 연다. 그러나 주일에는 교회가 돼 예배가 드려진다.

오동섭(45) 목사가 시무하는 예장 통합 소속 ‘미와십자가교회(Beauty & Cross Church)’의 교인 30여명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일부터 100㎡(약 30평) 넓이의 이곳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들은 2011년 12월 첫 예배 이후 지금까지 교회를 세우지 않고 대학 강의실 등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기도 모임을 가졌다. 대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빚을 얻고 십시일반 교인들이 돈을 보태 이 같은 다용도 공간을 마련했다. 오 목사는 “가치중립적인 문화와 예술을 통해 종교가 없는 도시 사람들과도 접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스페이스아이를 만들었다”고 19일 말했다

주중에는 갤러리, 연극 및 음악회 무대, 세미나실뿐 아니라 실비 정도만 받고 극단이나 밴드의 연습실로도 빌려준다. 지금은 교인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이곳에서 오 목사와 교인 등이 그린 20여점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십자가 전시회’가 열린다.

주일예배의 모습도 색다르다. 지난 16일 ‘그림과 함께 하는 예배’ 때에는 오 목사가 지아치노 아세레토의 ‘야곱의 축복’이라는 17세기 유화 작품을 보여주며 창세기 27장 15∼23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설교했다.

고교시절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으나 가정 형편상 꿈을 포기했다는 오 목사는 예배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교인들에게 캔버스에 마이너스(-) 모양을 그리도록 한 뒤 나중에 이를 하나의 큰 십자가 형상으로 만들어 ‘닫힌 문 앞에서’라는 제목의 그림을 완성하기도 했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퍼포먼스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흩어져 있으면 각자가 마이너스 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안에서 함께 모여 그분께 의지하면 모두가 플러스 되는 삶을 사는 큰 십자가를 그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 목사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미술프로그램을 열고 탈북민 자녀를 돕기 위한 사역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대구대 전산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원을 거쳐 포항 기쁨의교회, 서울 서소문교회와 동안교회 등에서 사역했다. 영국 옥스포드선교신학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