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음식 경쟁력 높이려면
입력 2014-02-20 01:32
금풍생이 또는 군평선이로 불리는 생선이 있다.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부임한 이순신 장군이 음식 수발을 하던 관기 평선에게 생선 이름을 물었다. 평선이 모른다고 하자 “그럼 이제부터 ‘평선이’라 불러라”해서 ‘평선이’가 되었다가 구워서 먹으면 맛이 더 좋아 ‘군평선이’로 명명됐다고 한다.
돔의 일종인 군평선이는 뼈가 억세고 살이 적어 외지인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그러나 여수에 가면 이 생선의 인기가 대단하다. 맛이 아주 좋아 ‘본서방에게는 안 주고 샛서방에게만 몰래 차려준다’고 해서 샛서방고기로 불린다는 음식점 주인의 우스개를 들으면 너도나도 젓가락이 가기 마련이다.
음식스토리텔링으로 귀하신 몸이 된 생선 중에는 또 전어가 있다. 옛날에는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전어를 바다에 버릴 정도로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은 없어 못 파는 생선이 되었다.
관광스토리텔링에 이어 음식스토리텔링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음식스토리텔링의 대상도 샛서방고기나 전어 등 식재료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조리법, 음식점 이름, 음식점 주인, 한류 드라마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전남 장흥군은 홍어삼합에 착안해 지역 특산물인 한우고기와 키조개, 그리고 표고버섯으로 장흥삼합을 개발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에 힘입어 대장금밥상을 개발한 음식점은 전국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자체들의 음식스토리텔링 작업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남도, 충남도, 충북도 등을 비롯한 지자체들은 음식에 ‘이야기’를 입히는 음식문화해설사 혹은 향토음식해설사 제도를 두고 있다. 기존의 문화관광해설사를 대상으로 음식스토리텔링 교육을 시켜 지역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향토음식을 널리 홍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면 음식 맛도 더 좋지 않을까?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대한민국 구석구석’ 웹사이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내국인의 국내여행 계획 시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음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국내여행 준비 때 가장 많이 찾아보는 관광 정보로 ‘먹거리와 맛집(82.9%)’을 으뜸으로 꼽았고, 연령대가 낮을수록 그 경향이 두드러졌다.
음식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지 음식점들의 환대서비스는 아직도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방문위원회는 지난 연말에 전국 광역지자체가 추천한 음식점 555곳을 대상으로 내외국인 모니터링 요원을 미스터리 쇼퍼로 보내 서비스·위생·시설·메뉴 등 4개 부문을 평가했다. 그 결과 위생과 시설은 평균 점수가 3.05(5점 만점)로 전년에 비해 개선이 이뤄졌으나 응대서비스는 평균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음식을 맛으로 먹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도 관광지 음식점에서는 음식 그릇을 던지듯 내놓거나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해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불친절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친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응대서비스로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잘나가는 생선횟집이 하나 있다. 그 음식점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손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예쁜 우리 딸들 꽃신 사주셨고, 홀로 계신 어머니 손에 용돈도 쥐어 주셨고, 장래를 위해 적금까지 부어주셨습니다. 저의 모든 생활을 도와주시는 손님은 저의 은인이십니다.’
실제로 그 음식점에 가면 ‘손님은 은인’이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생선회 맛이야 어느 음식점이나 비슷하다. 하지만 환대서비스는 같을 수 없다. 손님을 은인처럼 대하는 환대서비스, 이것이 곧 음식관광의 경쟁력이 아닐까.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