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⑦ 홍의숙 인코칭 대표

입력 2014-02-20 01:40


국내 비즈니스 코칭 개척… CEO들의 선생님

홍의숙(57) 인코칭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코칭의 개척자다. 그의 행보에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업계 최초’다. 코칭의 개념조차 없던 2002년, 홍 대표는 기업 대표에게 목표 달성법과 조직문화 개선방안을 지도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비즈니스 코칭 전문기업을 설립했고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해외로 수출했다. 미국의 코칭 프로그램을 가져와 그대로 가르치던 업계 관행을 뒤집는 역발상적 접근이었다. 코칭 불모지가 수출국이 되는 홍 대표의 꿈은 1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지식사업은 하나님께서 내게 준 사명’이라 표현한 그를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본사에서 만났다.

“더 이상 지식의 종속국이 되지 말라”

홍 대표는 교사 출신 CEO다. 고등학교 상업교사로 1979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3년 만에 교편을 내려놨다. 육아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안정적인 교사 자리를 왜 그만둬? 그만두면 다시 일하기 어려울 텐데.” 그가 그만둘 때 대다수가 한 말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경력단절이 두렵지 않았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매일 자기계발에 힘쓴다면 사회복귀는 언제든 문제없을 거라 확신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10년간 두 자녀를 돌보며 매일 책을 읽었다. 91년에 50만원대 해외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에게 우연히 재취업 기회가 찾아왔다. 남편의 선배였던 데일카네기연구소 대표가 그의 역량을 높게 평가해 강사 자리를 제안한 것. 홍 대표는 92년 CEO에게 성공전략을 가르치는 강사로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고의 폭을 넓혀 상황에 맞는 방안을 찾도록 돕는 행위가 코칭입니다. 막상 기업 대표를 만나보니 자기 전문분야만 아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러면 아는 한도 내에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지요. 조직의 성장을 돕는 이 일에서 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인간에겐 성장욕구가 있으므로 코칭이 필요 없는 조직은 아무 곳도 없다고 본 것이죠.”

비즈니스 코칭의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96년 두 자녀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오타와대에 학사 편입한 그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2년 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비즈니스 코칭을 전문으로 하는 1인 기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홀로 고객을 유치하고 연구소를 운영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더 많은 기업과 만나기 위해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들어가 강의에 나섰다. 하지만 이내 답답함을 느꼈다. 한국기업에 미국 프로그램대로만 강의해야 하는 현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강의준비를 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교육을 만들어 수출하는데 우리는 그대로 따라하는구나. 우리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쓸 순 없을까?”

하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2001년 당시 기업들은 성과 여부와 관계없이 해외 코칭 프로그램을 선호했다. 이를 놓고 기도하던 그의 마음에 한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 해외 프로그램만 쓰는 마당에 국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수출하는 건 모험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2002년 기도 중 ‘더 이상 지식의 종속국이 되지 말라’는 표현이 떠올라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건 하나님의 내게 주신 사명’이란 확신이 들었어요. 사람 인(人), 어질 인(仁), 참을 인(忍), 통찰력(insight), 총명함(intelligent) 5단어의 글자를 따 지은 회사명 ‘인코칭’도 기도 중 얻은 아이디어거든요.”

교육선교를 꿈꾸며

2003년 ‘국내 최초 코칭 전문회사’로 설립한 인코칭은 11년간 성장세를 탔다. 코치도 30명으로 늘었고 연매출액도 20억원에 이른다. 국무총리실, 검찰 등 정부기관과 삼성, 현대, 네슬레 등 국내외 기업과 대학 등 500개 이상의 조직을 코칭했다. 회사가 설립된 해에 자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 ‘코칭포유’ 수출도 성공적이다. 인코칭은 중국,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코칭포유를 공식 수출했다. 또 37개국에 코칭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국내외 고객사가 인코칭을 선택한 이유로 홍 대표는 ‘마음 중심의 교육’을 꼽았다. 서구 코칭 프로그램이 기업 혁신을 위한 방법론에 치중한다면, 인코칭은 마음을 움직이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성장을 위해 구성원의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효과적이라 했다. 마음의 문이 열릴 때 상대방에게 강력한 변화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겸손했다. 지금껏 이룩한 사업 성장의 원동력은 신앙이라 말했다. 한발 더 나가 신앙은 자신의 인생 모든 순간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교회를 잘 안 나갔어요. 그러다 81년 동료교사의 소개로 교회에 다시 나갔습니다. 당시는 평소 허약했던 몸이 2번의 출산을 거치고 더 안 좋아졌던 때였어요.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는데 기도하던 중 치료가 됐어요. 신앙을 멀리했던 제겐 충격이었죠. 이로서 하나님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이는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국내산 코칭을 개발·수출하는 기업을 세운다는 배짱은 아마 신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인코칭의 교육 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진행하는 것이 꿈이라는 홍 대표. 그는 ‘교육선교’에도 꿈이 있다고 했다. 코칭 교육을 받은 이들이 각국의 대표를 만나 리더십 교육을 하면 더 많은 국가에 효과적으로 선교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그는 기독여성 기업인들에게 ‘주님이 기업의 주인’임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매출 증대도 중요하지만 먼저 대표가 기업의 가치관을 명확히 세우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게 되니까요. 이를 전 직원과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 것이 성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임을 마음 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홍의숙 대표= △1957년생 △1997년 미국 오타와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학 졸업 △2009년 숭실대 경영학 전공 석·박사 △2003년 인코칭 설립 △2009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장상 △2011년 한국코치협회 올해의 코치상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 △2014년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