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파벌 논란’ 다독인 소중한 金… 女쇼트트랙 첫 금
입력 2014-02-19 04:08
쇼트트랙 대표팀에 잇따라 닥친 불운을 한방에 날려버린 통쾌한 금메달이었다. ‘안현수 현상’에서 비롯된 빙상계의 파벌 다툼 논란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게 됐다.
소치올림픽에서 빙상 대표팀은 유독 악재에 시달렸다. 올림픽 개막 전에 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가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 해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남자 계주에서 선전이 기대됐던 노진규는 훈련 중 어깨를 다쳤다. 게다가 검사 결과 골육종 진단을 받아 소치로 떠나는 태극전사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 와중에 빙상계의 파벌 다툼이 불거졌다. 남자 대표팀이 ‘노메달’로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러시아로 귀화해 화려하게 부활한 안현수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안현수의 부친 안기원씨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전명규 부회장의 전횡을 아들의 귀화 배경으로 거듭 거론하면서 논란을 부채질했다. 국내에선 빙상연맹이 정치 싸움에 골몰하다 훌륭한 선수를 놓쳤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안현수 문제가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대표팀은 따가운 눈총에 위축됐다.
선수들이 경기 중 잇따라 넘어지는 등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박승희는 500m에서 선두로 질주하다 뒤따르던 선수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메달에 머물렀다. 막내 심석희는 1500m에서 한 바퀴를 남겨놓고 베테랑 저우양(23·중국)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놓치면 말 그대로 끝장인 상황이었다.
계주에 출전한 조해리·박승희·김아랑·심석희·공상정은 금메달이 확정된 뒤 그간의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심석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같이 고생한 만큼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경기장 응원석에서 ‘금메달이 아니어도 괜찮아. 너희들은 이미 최고!’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격려했다.
이번 금메달로 빙상연맹이 ‘파벌 다툼의 온상’이라는 일방적인 비난은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빙상계 관계자는 “금메달은 금메달대로 축하할 일이고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이번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4년 뒤 평창에서도 논란이 재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