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3바퀴 남기고 中 추월에 조마조마… ‘반바퀴 대역전극’
입력 2014-02-19 03:41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훨훨 털어낸 ‘분노의 질주’였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사태’로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 18일(한국시간) 치러진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하지만 ‘맏언니’ 조해리를 비롯한 심석희 박승희 김아랑 등 한국 선수들은 경기 전 밝은 표정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선전을 다짐했다. 선수들은 작심한 듯 잔뜩 벼르고 나온 표정이 역력했다.
앞선 1000m 예선에 출전한 박승희 심석희 김아랑이 월등한 기량으로 각조 1위로 들어오며 결승전 상대팀에게 위력 시위를 벌이는 듯했다. 한국은 올 시즌 열린 4차례의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3000m 계주에서 3번이나 우승해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10일 예선에서도 기록이 제일 좋아 결승에서는 가장 유리한 1번 레인에 배정을 받았다.
한국은 스타트가 좋은 박승희를 1번 주자로 내보낸 뒤 마지막에는 힘이 좋은 심석희의 주력을 활용하는 작전을 폈다. 500m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박승희는 당시 입은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1500m를 포기하며 3000m 계주에 집중했다. 박승희는 기대대로 선두로 치고 나갔고 뒤를 이어 심석희, 조해리, 김아랑 순으로 10바퀴를 선두로 달렸다. 하지만 한국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국도 만만치 않았다. 16바퀴를 남기고 중국에 선두를 내준 한국은 13바퀴를 남기고 캐나다에도 추월을 허용하며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10바퀴를 남기고 김아랑의 역주로 2위로 복귀한 한국은 8바퀴를 남기고는 박승희가 선두를 탈환했다. 한국의 우승으로 굳어가는 듯했던 레이스는 중국이 3바퀴를 남기고 한국을 추월, 또다시 선두로 나섰다. 1500m 레이스에서 심석희가 당한 역전패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로 나선 한국 쇼트트랙의 차세대 여왕 심석희가 반 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스퍼트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하며 마침내 금빛 레이스를 완성했다. 긴 다리를 이용해 속도를 내 리젠러우 뒤로 따라붙은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에 파고들면서 바깥쪽으로 크게 돌며 전세를 뒤집었다.
중국이 실격 처리되면서 결과적으로 중국에 졌어도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레이스였지만 실력으로 압도한 완벽한 승리였다.
심석희는 여자 1500m 은메달, 박승희는 여자 500m 동메달에 이어 이번 소치올림픽에서 각각 두 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10일 열린 여자 3000m 준결승에서 김아랑 대신 뛴 공상정도 금메달을 받았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심석희는 코치석으로 달려가 최광복 대표팀 코치와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쁨을 나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최 코치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포효했다. 선수들은 저마다 태극기를 들고 빙상장을 돌았다. 4년 전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아 중국에 우승을 내줬던 조해리, 박승희는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