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안전 후진국, 또 人災… 쌓인 눈 150t 방치·안전진단 全無
입력 2014-02-19 03:40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부산외대 학생 등 꽃다운 청춘 10명의 목숨과 함께 무너져 내린 체육관 지붕에는 1주일째 내린 눈이 고스란히 쌓여 방치됐다. 비가 섞인 지붕 위 눈의 무게는 150t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경찰은 부실시공과 관리소홀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북소방본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고대책본부는 지난 17일 경주시 양남면 동남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 1205㎡가 무너지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신입생 6명과 재학생 3명, 이벤트 업체 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지고 10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강철수 경북소방본부장은 “눈이 쌓인 위로 비가 내리면서 무게가 가중됐고 이 때문에 샌드위치 패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1주일 넘게 눈이 내리면서 평균 50㎝의 눈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사고 당일 아침부터 내린 비가 눈의 무게를 가중시켰다. 습기를 머금은 눈은 단단해지면서 무거워졌고 샌드위치 패널이 이를 지탱하지 못했다.
1㎡의 면적에 눈이 50㎝가량 쌓이면 무게는 평균 150㎏ 정도가 된다. 체육관 바닥 면적이 990㎡인 점을 감안하면 눈 무게만 150t에 육박한다. 소방 관계자는 “눈을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 문제였다”며 “쌓인 눈이 얼고 녹기를 반복해 엄청난 무게의 흉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체육관은 2009년 완공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관리 대상 기준 면적인 5000㎡에 미치지 못하는 1200여㎡ 규모여서 안전진단에서 제외됐다.
이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만들어진 조립식 가건물이다. 샌드위치 패널 시공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시공사가 단가 부담 등으로 최대하중 설계치 등 안전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시 샌드위치 패널을 지지하는 ‘H빔’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내리면서 부실시공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사고 당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총학생회 주도로 이뤄졌다.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참가한 행사인데도 보직교수 1명과 교직원 2명만 참석했다. 이 대학 이광수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학교 밖에서 하는 행사를 본부가 반대하면서 총학생회에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동료 교수들도 참석하지 않은 채 행사가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18일 경북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눈을 치우지 않은 경위와 다수가 모인 체육관에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이유 등을 중점 조사할 예정”이라며 “설계·시공·운영 등 전반적인 부분을 모두 조사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