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17일은 참담한 날이었다.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정부의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는 얼굴을 들기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현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외쳐온 국민안전에 대한 약속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유 장관은 사고 발생 7시간여 만인 18일 오전 5시쯤 부랴부랴 사고 현장을 찾았다. 이어 서울로 올라와 오전 10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 식의 부산한 움직임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출범하면서 국민안전을 특히 강조했다. 부처 명칭을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꾼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안전에 두겠다는 의지의 단적인 표명이었다. 안행부는 안전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국민안전의 컨트롤타워임을 자임했다. 지난해 5월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처별 안전 관련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안전정책조정회의도 신설해 매월 열고 있다.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가장 비중을 둔 것은 안전 관련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체육관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꽃다운 청춘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현실 앞에서 이런 정책들은 구호에 불과하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 1년간 성과도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교통사고·산업재해·해양사고 등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 사망자는 총 6757명으로 전년도(7233명)와 비교해 6.5%(476명) 줄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안전 수준은 여전히 부끄러울 정도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3배에 달한다. 교통사고 사망률도 OECD 국가 중 1위다. 그런데도 생활 현장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안전은 그 사회의 총체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안전한 사회’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는 목표도 아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제거해가는 노력이 쌓이고 쌓일 때 비로소 다가오는 것이다. 안전행정부란 명칭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번 사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게 우선이다. 또 국민안전이 더 이상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회2부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현장기자-라동철] 안전행정부, 명칭이 부끄럽다
입력 2014-02-19 02:32 수정 2014-02-19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