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주리조트’ 코오롱 측, 관광단지 지정 받기 위해 졸속건축 의혹
입력 2014-02-19 02:31
지난 17일 붕괴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관광단지 지정을 받기 위해 리조트 측에서 급하게 신축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8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코오롱 그룹이 소유한 마우나오션리조트는 1994년 양남 관광지로 지정됐다. 이후 2003년 리조트 시설을 준공했다. 이후 또 2009년 12월 경북도로부터 관광단지 지정을 받았다. 관광단지는 관광지보다 더 큰 규모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관광단지 지정에 체육관이나 강당이 필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이 강당을 2009년 6월 25일 경주시로부터 체육관 시설로 착공 허가받은 뒤 75일만인 같은 해 9월 8일 사용 승인을 받았다. 관광단지 지정이 같은 해 12월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급하게 체육관을 만들었다는 의심을 피하기 힘들다.
이런 의혹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무너진 체육관 건물은 외벽과 지붕을 철골구조로 만든 뒤 주변을 샌드위치 패널로 덧대는 공법으로 지어졌다. 샌드위치 패널 공법은 가격이 싸고 변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임시로 존재하는 건물이나 창고 등의 건물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열에 매우 취약하고 화재나 붕괴 등의 위험이 높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강당이나 체육관에 이 공법을 사용한 것 자체가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실시공 의혹도 많다. 현장을 본 일부 구조 인력들 사이에서 체육관의 철제빔 두께가 일반 철제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너무 얇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붕괴된 체육관과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경주의 다른 공장과 식당들은 같은 폭설에도 무너지지 않은 것을 볼 때 체육관 철제빔 강도가 약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한 소방 관계자는 “규정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제빔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두께가 아니라 너무 얇았다”고 말했다.
설계상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가운데가 솟은 형태의 지붕이 가운데가 푹 꺼지면서 붕괴된 것은 건물 중앙에 무게를 받쳐줄 기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붕괴된 체육관은 가건물 수준의 불량 건축물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건축 과정에 불법·과실이 드러나는 즉시 리조트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증개축 및 설계변경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주=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