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실무급 대화 재개… 관계 개선 탐색전 나섰다
입력 2014-02-19 02:33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사실상 대화를 중단해 온 한·일 외교당국이 17∼18일 도쿄와 서울에서 잇따라 실무급 대화를 재개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양국 관계의 개선 여지를 서로 타진하는 탐색전 성격이 짙다. 양국 모두 외교 공백 상태를 무기한으로 끌고 가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황 반전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일 서울 도쿄 연쇄 접촉=일본 외무성의 이하라 준이치(伊原純一)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18일 한국을 방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면담을 가졌다. 한·일 양국 관계를 실무적으로 책임진 양측의 당국자가 만난 것은 지난해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처음이다.
두 사람은 상견례를 겸한 자리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국장은 이하라 국장에게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선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국장과 이하라 국장 간 면담에선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최로 열리는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이르는 명칭)의 날’ 행사 등 한·일 관계의 변수가 될 현안도 대화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서로 솔직한 얘기를 나눌 기회였고 한·일 관계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앞서 이병기 주일대사는 17일 일본 외무성을 방문해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사무차관과 30여분간 면담했다. 두 사람도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연쇄 접촉은 지난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 전까지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직후 이뤄진 것이다.
◇도발 계속되는 한 관계개선 난망=그러나 과거사 및 영토를 둘러싼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관계 정상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이 중앙정부 인사를 파견하는 것에 대해 다른 나라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일본 영토담당상의 발언에 대해선 “얼토당토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발언이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참견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이 행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희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정식으로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며 “외교 경로로 정식 요청이 있어야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