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혈관염 병마 딛고 높이 날다… 日 다케우치 다쿠, 남자 스키점프 단체전 동메달

입력 2014-02-19 01:33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과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일본 남자 스키점프 대표팀의 다케우치 다쿠(27)가 병마를 딛고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일본이 1998년 나가노올림픽 금메달 이후 스키점프 단체전에서 16년 만에 획득한 값진 메달이다.

17일(현지시간)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단체전에서 일본은 1024.9점을 얻어 독일, 오스트리아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다케우치는 ‘처그 스트라우스 증후군’에도 불구하고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사실 다케우치는 올림픽 출전 자체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월, 다케우치는 유럽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 도중 천식 증세가 심해져 중도 귀국해야 했다. 검사 결과 ‘처그 스트라우스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육아종성 혈관염이 여러 장기에 침범해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는 자기면역질환 중 하나로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단순히 천식 정도로만 생각했던 다케우치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다케우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12월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진을 크게 뽑아 왔다”며 “그 사진을 보면서 메달에 대한 꿈을 놓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다케우치는 ‘열정을 가져라. 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라’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열정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고 침착함으로 시상대까지 섰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