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조민영] 2차 피해 가능성에 무덤덤한 농협카드

입력 2014-02-19 02:32


최근 아이를 출산하고 몸조리 중인 A씨는 지난 7일 저녁 자신의 NH농협 체크카드로 79만원이 광주광역시 한 금은방에서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A씨는 그 시각 충북 자택에서 쉬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정보유출 사고 2차 피해인가 싶어 놀란 A씨는 농협카드 콜센터에 전화했다.

하지만 사고 접수를 위해선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산후조리 중인 몸을 이끌고 지점을 찾았지만 2차 피해 관련 사고 접수 절차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제시된 것은 카드 분실 사고 접수 서류였다. A씨는 ‘분실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써 내야 했다. 다음날 전화 온 충북 지역 담당자도 카드 분실 여부만 누차 물었다. A씨가 카드를 복사해 팩스로 보내고 나서야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별다른 설명 없던 농협카드는 본보가 취재를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 14일 A씨에게 지난달 대전의 한 주유소에서 결제할 때 주유소 직원에 의해 카드가 복제돼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알려 왔다.

A씨 사고는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고 이후 발생한 수십만원대의 카드 도용 사고였다. 결과적으로는 2차 피해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도 “분실사고가 아니라면 이번 정보유출 사건에 따른 피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농협카드 측 대응은 무성의했다.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고 이후 만약의 2차 피해 가능성 등과 관련 전담 상담·신고센터 등을 설치해 적극 대응하겠다던 설명과는 크게 달랐다.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질문에 “아무 확인도 해줄 수 없다”는 농협카드 측 태도 역시 괜한 은폐 의혹을 사게 만든다. 18일 국회 청문회에서 “거듭된 사고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경제부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