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이제 소통의 끈이자 목회”

입력 2014-02-19 02:31


저자와 대화-‘그래야 행복합니다’ 펴낸 김병삼 목사

김병삼 목사(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가 펴낸 ‘그래야 행복합니다(샘솟는기쁨·사진)’는 그가 페이스북에 매일 써온 글을 묶은 책이다. 그의 글은 페이스북에서 접하는 여러 목회자의 포스팅 중에서도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글 중 하나다. 일상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면서 신앙과 인생의 통찰을 전한다. 유머도 있다. 글이 설교처럼 아주 잘 정돈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신도 댓글을 달고 싶어질지 모른다.

김 목사를 지난 11일 만나교회에서 만나 책에 담긴 이야기를 더 캐물어보았다. 민감하고 불편한 질문에도 그는 진솔하게 대답했다.

-글 중에 ‘자뻑’이 많습니다. 목사님은 목사님이 좋으신가요.

“굉장히 좋죠. 제 삶에 만족하는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솔직하게 살려고 해요. 저는 목회자로서 나와 부모로서의 내가 다르지 않으려고 해요. 설교 중에도 내 삶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습니다.”

-대도시 대형교회 목사라면,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살기에도 힘들텐데요.

“저는 제가 사는 만큼 밖에는 말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기대를 무시할순 없지만, 제가 사는 것이 여기까지라는 것을 그냥 드러내는거죠.”

-사는 것만큼만 말한다니, 목회자에겐 불가능하지 않나요.

“사실은 제가 신학생 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자살하려고까지 했어요.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나와 내 모습이 너무나 이율배반적이었거든요. 그때 저희 아버님(고 김우영 목사)이 이런 얘길 해주셨어요. ‘설교는 목사가 그렇게 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말입니다. 설교는 답을 주는게 아니에요. 제가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드리면서 교인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요. 내 삶의 고민이 다른 누군가의 고민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도 답이 되리라 생각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가끔 저희 교인들에게 담임목사 믿지 말라고 해요. 틀림없이 실망할테니까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교인들에게 믿음을 줄만큼 살 수 없어요. 교회는 목사를 믿는게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사랑의 공동체잖아요.”

-페이스북이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울 때도 있을텐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나요.

“곤란했을 때도 있었죠. 가시 같은 댓글도 있지만 제가 원치 않는 얘기도 자꾸 들어야죠. 페이스북은 소통의 끈이고, 목회에요. 어려움도 있지만 격려도 많이 받아요. 요즘엔 공휴일에는 페이스북도 쉬려고 해요.”

-책 서문에서 페이스북에는 논쟁적인 글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는게 좋다고 하셨는데요.

“논쟁은 내가 아니라도 많이들 하니까, 저는 가능하면 좋은 글로 격려하고 싶어요. 페이스북 친구들이 읽고 미소 짓는 글이 되면 좋겠어요.”

-소천하신 아버님 얘기도 많이 쓰셨던데, 만약 페이스북으로 다시 만난다면 어떤 얘길 하고 싶으세요.

“생전에 아버지와 나는 목회관이 참 달랐어요. 저는 싸워서 쟁취하려 했어요. 제가 아버지가 평생 해온 목회를 뒤엎었고, 아버지는 분노하셨어요. 지금 돌아보면 아버지께 상처를 많이 드렸어요.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좀 더 천천히 해도 됐을텐데. 페이스북으로는 내 주장을 설득하려고 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고 싶어요.”

-10년 전 선친 뒤를 이어 만나교회를 ‘세습’했습니다. 부담이 컸을텐데요.

“벗어나고 싶었어요.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만나교회를 맡았는데, 축복이기도 했지만 100억원의 빚은 사실 큰 부담이었어요. 저는 개척을 하고 싶었고 자신감도 있었어요. 실제로 만나교회 담임한지 4∼5년 지나서는 개척하려고 땅을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제 욕심이었어요. 아버님이 평생 헌신하신 교회, 제가 자라왔고 정말 사랑했던 교회를 사랑한다면,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심도 버려야 했어요. 저는 세습이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시각도 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목사님 아들도 신학교로 진학했는데, 만나교회 3대 담임이 되나요?

“저희 감리교회에선 이제 법으로 막아놨죠. 사실 아들이 감신대를 갔으면 좋겠는데, 제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위축될 것 같아서 그렇게 못했어요. 저는 목회자 아들의 문제는 성도들에게 맡겨 놓으면 좋겠습니다. 성도들이 절대 담임 목사 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택하지 않아요.”

성남=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