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담그기 좋은 날… ‘된장녀’ 도전해볼까

입력 2014-02-19 01:35


친정엄마 손맛 배우는 ‘뜰안에된장’ 교육 체험기

“달고나 냄샌데…” “어어, 정말 그러네.” 하하, 호호, 허허…. 독을 소독하기 위해 달군 숯을 독 속에 넣고 그 숯 위에 꿀을 한 수저 올리자 연기와 함께 달콤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장 담그기 좋다는 음력 정월의 말날이었던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로 ‘뜰안에된장’ 앞뜰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이곳 주인장 ‘된장녀’ 이순규(55)씨가 장 담그는 방법을 설명할 때만 해도 네댓 명은 얼굴이 살짝 굳어 있었다. 그랬던 이들이 ‘달고나’ 소리에 긴장을 풀었다.

독 소독이 끝나자 메주가 나왔다. 이 대표는 “꼭 필요한 좋은 곰팡이가 안쪽으로 이렇게 노랗게 피어 있다”며 조각낸 메주를 보여 주었다. 종종 겉에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는데 이는 말릴 때 좋지 않은 잡균이 달라붙어 생긴 것이란다. 그러니 띄운 메주를 구입할 때는 우선 겉이 깨끗한 것을 고른 다음 한 개쯤 잘라 속을 보란다.

소독된 독에 하나 둘 셋…. 메주를 넣기 시작했다. 할머니 전명례(58·서울 신내동)씨를 따라온 박재민(9·서울 신내초 1)양은 메주 넣는 것이 재미있는지 눈이 초롱초롱 빛났다. 이용자(59·경기도 남양주)씨는 메주를 들어 보이며 “우리 콩으로 빚은 메주에 서해안 천일염을 풀어 담근 장이니 몸에도 좋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미혼이라는 길이정(32·서울 자양동)씨는 “이번에 배워 다음엔 집에서 직접 담가 보겠다”고 별렀다. 전용제(71·경기 남양주) 할머니는 “아파트로 이사 간 뒤 메주에 검정 곰팡이가 피면서 장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이곳을 찾았다”면서 메주도 띄워놨고소금물까지 풀어놨다니 할 일이 없겠다”고 했다. 윤정자(73·경기 남양주)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환한 표정인데 주광임(52·경기 남양주)씨는 눈가가 촉촉했다. 그는 “때맞춰 된장 간장 고추장 담가 주시던 친정엄마가 지난해 돌아가셔서 난생처음 간장을 담그게 됐다”고 털어놨다.

독의 8부 높이까지 메주를 담은 뒤 대나무 가지를 얼기설기 얹었다. 그렇게 해야 메주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 떠오르면 제대로 우러나지 않아 장맛이 싱겁거나 상할 수도 있다고. 이 대표는 독 뒤쪽에 놓여 있는 소금물을 가리키며 “사흘 전에 풀어 놓은 것으로 염도는 17%”라고 했다. 경기 서울 지역의 정월장은 17%가 알맞고, 아랫녘에서나 날씨가 풀린 음력 2월과 4월에 장을 담글 때는 18∼19%로 좀 짜게 해야 된다고.

불순물을 걸러내기 위해 독 위에 면 보자기를 걸쳐놓은 채 바가지로 소금물을 떠다 부었다. 독 가득 소금물을 부은 다음 달군 숯과 고추, 대추를 넣었다. 숯을 넣는 것은 잡균을 죽이기 위한 것. 미리 꼬아 놓은 새끼줄에 고추 숯 솔가지를 넣어 금줄까지 만들어 독 주위에 두르는 것으로 장 담그기는 끝났다.

이날 장 담그기 현장에는 남자들도 눈에 띄었다. ‘된장 마니아’라는 조성룡(63·1004클럽 수지연구회장)씨는 “된장을 좋아해 간장을 담근다기에 한번 와봤다”면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조씨는 “우리 고유의 된장을 미지근한 물에 짭짤하게 탄 된장차를 아침에 마시면 속에 좋고 변비 걱정이 없어진다”고 건강비법도 알려 줬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띄운 청국장으로 점심도 같이 했다. 난생처음 장을 담갔다는 오영환(49·경기 남양주)씨는 “내가 담근 장도 이런 맛을 낼 수 있겠죠”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회정(53·경기 남양주)씨는 “이곳에서 가까이 살고 있으니 틈나는 대로 와서 독을 닦고 ‘맛있게 익어라, 사랑한다’라고 말하면서 쓰다듬어 주겠다”고 참가자들에게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식사가 끝나자 이씨는 “50∼60일 후 간장과 된장 가르기를 하게 되니 그때 다시 만나자”고 인사를 했다. 간장은 그때 가져가고 남은 된장은 11월까지 숨 쉬는 옹기항아리에서 숙성시킨 다음 가져가게 된다. 콩 1말이면 간장 4.5ℓ, 된장 13㎏이 나온다. 어른 둘과 아이 둘, 네 식구면 2년은 너끈히 먹을 양이다.

직접 장을 담그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면서 ‘뜰안의 된장’의 ‘친정엄마 프로젝트’처럼 소비자들이 현장에 와서 장을 담그면 양지바른 곳에 항아리를 보관해주고, 장을 가른 다음 된장을 맛있게 숙성시켜주는 곳들이 늘고 있다. 경기 용인 효종당, 경기 파주 창하된장 등에서도 행사를 하고 있다. 비용은 콩 1말 기준 17만∼35만원. 경기도 가평 ‘가을향기’의 ‘된장학교’처럼 메주콩 삶는 것부터 시작하는 1년 코스도 있다. 참가비는 60만원선.

남양주=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