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규정 박사에게 배우는 자녀 감정 코치법 “감정 관리 잘하는 아이가 자기주도학습도 잘하죠”
입력 2014-02-19 01:35
“자녀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자녀의 성적보다 감정 관리를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서울 압구정로 한국감성스킬센터에서 지난 14일 만난 감정 코치 전문가 함규정 박사는 선행학습에 ‘올인’ 하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스스로 감정을 읽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게 더 급하다”고 강조했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감정관리? 중요하다면 대학 가서 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는 학부모들, 적지 않을 것이다. 함 박사는 “성적 관리가 잘 안 되면 자녀가 좋은 대학에 못 가는 정도지만 자녀의 감정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자살률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보이고 있으니 함 박사의 지적이 터무니없는 과장은 아닌 셈이다.
한국감성스킬센터의 센터장인 함 박사는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아이들은 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놀이나 게임을 하고 싶더라도 그 유혹을 뿌리치고 책상 앞에 앉는다”면서 감정관리 교육을 하게 되면 요즘 강조되고 있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덤으로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가 가장 좋은 감정 선생님이니 지금부터 나서라”는 함 박사에게 자녀 감정 코치 방법을 들어봤다. 함 박사는 부모를 위한 감정 코칭서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어린이들을 위한 코칭서 ‘함규정 선생님의 아주 친절한 감정 수업’ 등을 펴냈다. 또 최근에는 폴 에크먼 박사의 ‘언마스크, 얼굴 표정 읽는 기술’을 번역 출간했다.
◇콜드 리딩=자녀 감정 관리의 시작은 자녀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모를 때도 있고, 부모에게 숨길 때도 있다. 부모가 자녀의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읽는 ‘콜드 리딩(cold reading)’을 할 수 있으면 자녀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솔직하게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 수 있다. 에크만은 사람의 얼굴 표정을 7가지로 분류했다. 행복, 슬픔, 경멸, 혐오, 화, 두려움, 놀람(그래픽 참조)이 그것으로, 각 표정의 특징은 인종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같다.
◇감정체크판=자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카루소 박사가 개발한 감정체크판(그림)을 활용하면 손쉽다. 감정체크판은 에너지와 기분을 토대로 현재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가로축은 현재 내가 느끼는 기분, 세로축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에너지다.
처음 체크판을 사용할 때는 부모가 함께 주1회 정도 해본다. 익숙해지면 온 가족이 매일 아침, 또는 저녁에 한번씩 체크해본다. “기분은 10점 만점에 몇 점이지?” “지금 어느 정도 힘이 나는 것 같아?” 그러면서 왜 그런지 그 이유도 물어본다.
에너지가 넘치고 기분도 좋을 때(노랑)는 행복할 때다. 기운이 부족하지만 기분이 좋을 때(연두)는 만족스럽거나 차분한 상태다. 이럴 때는 영양이 듬뿍 들어간 간식이나 따뜻한 우유 등을 챙겨 준다. 에너지는 넘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빨강)는 화가 나 있거나, 짜증스럽고 불안할 때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하면 기분이 호전되는 목록을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에너지도 모자라고 기분도 좋지 않을 때(파랑)는 우울한 상태다. 이럴 때는 일단 안아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같이 하면서 위로해주도록 한다.
감정체크판 사용이 익숙해지면 하루 2번 정도 스스로 점검해보게 하고, 그 이유도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감정의 원인을 알게 되면 관리가 쉬워진다.
◇감정관리노트=부모와 아이가 함께 그때그때 감정을 기록하는 감정관리노트를 만들어보자. 자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으로 즐거워했는지, 또 힘들어했는지 기록해 두면 자녀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 감정을 수시로 점검할 수 없는 맞벌이 부모에게 유용하다. 감정관리노트를 마련하고 쓰는 과정에선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효과적이다. 아이에게 “서로 말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쓰는 예쁜 노트를 하나 갖는 게 어때”라고 묻고 아이가 동의하면 시작한다. 노트도 아이 스스로 고르게 한 다음 부모가 먼저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이를 쓰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본다. 아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식의 조언을 줄 것이고, 이를 계기로 이 노트와 친해지게 된다.
가장 주의할 점은 감정관리노트를 ‘잔소리 노트’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써놓은 것에 대해 ‘그건 네 생각이 틀린 거야’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 등등의 말은 삼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노트를 잘 활용하면 자녀의 감정 상태를 잘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부모와 자녀 관계는 더욱 친밀해진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