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3차 국공합작’… 차이완 시대 열리나

입력 2014-02-19 02:3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롄잔(連戰) 대만 국민당 명예주석과 만났다. 지난해 2월에 이어 두 번째다.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당서기는 이날 롄잔 명예주석에게 “양안이 힘을 합해 전 세계 돈을 끌어모으자”는 문구가 새겨진 중국산 샤오미(小米) 휴대전화 두 대를 선물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에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즈쥔(張志軍) 주임과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왕위치(王郁琦) 주임위원이 난징(南京)에서 양안 분단 뒤 65년 만에 첫 장관급 회담을 가졌다. 양안 간 화해 무드가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이러한 만남이 시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간 정상회담으로 연결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양안 정상회담이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대만 관계는 2008년 5월 마 총통이 취임한 이래 급속히 발전했다. 마 총통이 3불 정책(불독립, 불통일, 무력불사용)을 천명하면서 양안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열린 제2차 양안회담에서는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신(通信)이 타결돼 역사적인 ‘대삼통(大三通)’ 시대가 열렸다. 제5차 양안회담(2010년 6월)에서는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됨으로써 양안 간 경제 교류에 있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

이처럼 양안 관계가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는 상황을 놓고 과거 공산당과 국민당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정치적으로 협력했던 제1·2차 국공합작에 빗대 ‘제3차 국공합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를 통해 ‘차이완’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체제의 양안정책은 기본적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2008년 12월 발표한 6가지 원칙(胡六點)에 근거하고 있다. 이 6가지 원칙은 양안 사이를 ‘평화통일’에서 ‘평화발전’의 관계로 정의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시 주석은 이에 따라 자신의 통치기간 중 대만과 정치 대화를 시작해 양안 간 대치상황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92공통인식(公識·컨센서스)’은 양안대화에 있어서 대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92년 11월 “해협 양안은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의미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고 합의한 것을 말한다.

국민당 정부는 이에 비해 양안 간 현상유지가 최선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정치협상보다는 경제협력 심화를 통해 실리를 챙기고 있다. 교역 및 인적교류가 확대되면 양안 관계는 자연스레 개선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러한 방향은 마 총통이 제시한 2013년 양안정책에도 드러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마 총통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선거 등 국내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양안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양안 간 무역은 ECFA 체결 뒤 빠른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의 경우 무역액이 1972억 달러에 달했다. 2012년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중국의 대만에 대한 수출은 406억 달러인 반면 대만으로부터의 수입은 1566억 달러였다. 대만의 대(對)중국 무역 흑자가 무려 1160억 달러나 되는 것이다.

양안 간 직접 투자액을 보면 중국은 지난해 대만 기업인이 신청한 투자 프로젝트 중 2017건을 승인했고 이 가운데 실제로 중국에 투자가 이뤄진 액수는 20억9000만 달러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만 직접 투자는 대만 측 제한 때문에 아직 미미한 편이다.

인적 교류는 대만이 1987년 중국 내 친척 방문을 허용하면서 본격화됐다. 2008년 이후 대륙인의 대만 관광 허용, 양안 직항 개설 등으로 중국인의 대만 방문이 급증했다. 양안 간 방문객은 87년 62만명에서 지난해에는 808만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은 292만명, 중국을 방문한 대만인은 516만명에 달했다.

중국과 대만은 양안관계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으로 각각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행정원 대륙위원회를 두고 있다. 해협회와 해기회는 두 기관을 대신하는 쌍방 간 협의 창구로 지금까지 9차례 양안회담을 열었다.

양안관계 전문가들은 “향후 양안 관계는 기본적으로 안정적 국면을 보일 것”이라면서 “상호 대립했던 과거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양안 협력이 제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다만 대만 국민 가운데 80% 이상 절대 다수가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는 게 양안 간 정치협상 추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