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보유출’ 영업정지 첫날 카드 3사 영업점 ‘텅텅’… 他社도 “새 고객 씨 말랐다”
입력 2014-02-17 22:50 수정 2014-02-18 02:31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혜택이 좋아 즐겨 쓰던 NH농협카드를 가위로 잘라버렸다. 카드사에는 아예 탈회하겠다고 연락했다. 김씨는 이후 신용카드를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소비는 가지고 있던 은행 체크카드와 현금으로 하기로 했다. 김씨는 “신용카드 혜택이 예전만 못한데 소득공제 혜택이라도 큰 체크카드만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보유출 사태 이후 신용카드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카드업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고객들이 카드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영업정지 첫날 보이지 않는 고객…무너진 국민·농협·롯데카드=정보 유출이 일어난 KB국민·농협·롯데카드는 올해 이익은 이미 포기한 분위기다. 특히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으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실제 영업정지 첫날인 17일 일선 영업점을 찾는 고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달 전 카드 재발급·해지 등을 위해 수십명의 고객이 몰려왔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고객들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영업정지 관련 안내문을 읽고 지나치기만 했다. 카드를 발급받으러 왔다가 허탕을 치는 고객조차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카드를 재발급하는 고객만 가끔 발을 들였다.
영업정지가 일어나기 이전에 이미 국민·농협·롯데카드의 고객은 대거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6일까지 세 회사의 카드 해지 건수는 무려 312만5000건에 달했다. 회사에서 자신의 기록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탈회는 113만건에 달했다. 고객이 떠나는데 영업정지로 잡을 방법마저 사라지자 이들 3사는 올해 대규모 손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풍선효과도 없어…카드업 전체의 위기 우려”=정보 유출을 일으킨 회사뿐 아니라 다른 카드사까지 덩달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3개 카드사의 문제가 전체 카드업계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트린 탓이다.
실제 카드사의 실적은 우려할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비공식적으로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카드사들의 영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규 영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3사에서 이탈한 고객이 다른 카드사로 몰리지 않았을까 해서 조사해봤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사실상 카드업계에 신규 고객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부터 취해진 전화영업 금지도 카드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출 실적의 10∼20%가량을 전화 영업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영업이 금지되면서 이익의 한 축이 무너졌다. 이르면 카드사의 경우 오는 24일부터 전화 영업이 재개되지만 정보 이용에 제동이 걸린 만큼 예전처럼 영업이익을 내긴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업계의 봄날이 완전히 갔다고 자조하고 있다. 2012년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지난해 대출금리 정상화로 수익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정보 유출 유탄까지 맞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카드사들이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흔히 정보 유출 카드사 외에는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라며 “카드사가 이익에 목매다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유리한 카드를 내놓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의 경영 상황이 너무 나빠졌지만 금융 당국 차원에서 카드사를 위해 이렇다할 먹거리를 줄 것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박은애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