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매트 텃세에 추성훈도 울었다… 체육계 만연한 파벌 다툼
입력 2014-02-18 01:34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금메달을 따내면서 불거진 빙상계 파벌싸움의 불똥이 체육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체육계의 고질병인 파벌 싸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리며 운동을 그만둔 선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유도의 추성훈(39)도 파벌싸움의 희생자였다. 재일교포 4세인 추성훈은 대학 졸업 때까지 일본전국대회를 주름잡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자격이 없었다.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었던 추성훈은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부산시청에 입단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후에 추성훈은 “용인대 선수와 판정까지 가면 항상 패했다”며 “편파 판정으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매번 고배를 마셨다”고 폭로했다. 결국 2001년 일본인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된 추성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쇼트트랙과 유도뿐만 아니라 파벌은 대부분 종목에 만연돼 있다. 지난해 5월엔 고교 태권도 선수인 아들이 전국체전 선발전에서 심판의 부당한 판정으로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며 태권도장 관장인 아버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A씨는 유서에서 “50초 동안 경고 7개를 받고 패한 우리 아들은 태권도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 경기 동영상에서 A씨의 아들은 정신없이 경고를 받느라 발차기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해 2099개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2010년 이후 단체 운영 및 사업 전반에 대해 특별 감사를 시행해 총 337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 조사 결과 대한공수도연맹은 회장의 가족을 임원으로 임명하고, 상임부회장을 맡은 회장의 아들은 대표선수들의 개인통장을 관리하면서 훈련수당 1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 등 여러 비위가 적발됐다.
문체부는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폭력 및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를 스포츠 분야의 4대 악으로 규정하고 홈페이지 배너와 전화를 통해 비위를 제보받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