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김정일·김정은 3代 형사책임 첫 규정…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보고서 발표

입력 2014-02-18 01:35 수정 2014-02-18 03:36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년간 조사활동을 마치고 17일 오후(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북한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특히 현재 국제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조치를 촉구했다는 의미도 있다. 또 실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물론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3대(代)에 걸친 북한 최고권력자를 인권침해의 형사책임 대상으로 처음 규정한 것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형사책임 대상으로 규정=COI 보고서에는 탈북자 및 납북자 가족에 대한 개별 면담, 공청회 등을 통해 파악된 북한의 인권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과 ‘권고’ 2개 부분으로 나눠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냈다.

우선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했다. 또 이런 인권침해 사례가 북한의 체제 유지와 지도층 보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행됐다고 결론내렸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책임 규명이 이뤄져야 하고 그 대상은 북한의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가 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점이다.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특히 김 제1비서에게 서한을 보내 “이 편지와 보고서에서 거론되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 중에는 당신(김 제1비서)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보고서에 명시된 형사적 책임의 대상은 3대에 걸친 수령으로 돼 있다”며 “이는 김 주석과 김 위원장, 김 제1비서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강제 개입 필요성도 적시=보고서의 결론에는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을 반인도적 범죄로부터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부분도 포함됐다. 이른바 국제사회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이다. 이는 한 국가가 반인도적 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처음 적용했다.

R2P의 가장 높은 단계는 국제사회의 강제 개입이다. 이론적으로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유엔헌장 7장에 명시된 대로 무력제재 또는 무력개입까지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이 부분은 안보리 차원의 결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중국 러시아처럼 거부권이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안보리에 북한 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 인권 유린 책임자에 대한 제재, 후속조치 전담 조직 설립 등을 권고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COI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통과된 대북결의안에 따라 활동을 시작했다. 북한과 중국의 반대로 현지 방문은 못했으나 약 1년간 북한 주민의 생명권 침해 등 9개 분야의 인권침해에 대한 증거를 확보해 왔다. UNHRC는 3월 이사회에서 보고서 내용의 결의문 반영 여부를 논의한다. 그러나 회원국 입장이 엇갈려 결의문에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은 ICC 회원국이 아닌 만큼 실제로 북한이 ICC에 회부되거나 제소될 가능성도 없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인권 개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