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前회장 횡령·배임 수사… 검찰, STX그룹·자택 압수수색

입력 2014-02-18 02:32


검찰이 강덕수(64·사진) 전 STX그룹 회장의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시작된 첫 대기업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7일 오전 8시30분쯤 서울 남대문로5가 ㈜STX, STX조선해양·팬오션·건설·에너지·중공업, 경남 창원의 전산센터 등 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6∼7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강 전 회장의 자택도 포함됐다.

강 전 회장 등은 STX중공업이 2009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괌 이전 공사 시공을 맡는 과정에서 STX건설 등을 시행사인 유넥스글로벌의 연대보증사로 내세워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힌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STX건설 등이 지급보증한 액수는 1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괌 이전 공사는 무기한 연장됐고 STX건설은 2012년 7월 만기가 도래하자 대출금 중 300억원을 상환했다. STX건설은 이후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추가 연대보증을 섰던 STX중공업이 원급과 이자 186억원을 상환했다. 현재 STX 채권단이 상환해야 할 대출 잔금은 550억원 정도다.

강 회장은 STX건설이 차입금 일부로 괌 현지 부지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매매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돌려받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앞서 STX그룹 측은 지난 10일 강 전 회장 등 5명에 대한 비리 혐의를 포착,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STX그룹은 한때 재계 13위까지 올랐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지난해 3월 STX팬오션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부실이 드러났다. 이후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중공업·엔진 등이 줄줄이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고, STX건설과 팬오션은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며 STX그룹을 이끌었던 강 전 회장은 지난 11일 ㈜STX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