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방통위] “방송 독과점 없어야”… 대기업 채널 확대 질타
입력 2014-02-18 01:31 수정 2014-02-18 03:31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방송시장의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최근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방송 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소 프로그램 제공 업체 입지가 좁아져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TV에 진출한 일부 대기업이 채널을 계열사처럼 거느리는 현상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제도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방송시장 독과점 구조 개선’ 지적은 현 정부의 창조경제 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간 이 문제는 끊임없이 지적됐으나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일침했다는 점에서 방송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방송을 통해 실현되어 방송 분야가 창조경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구현해야 하는데 이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이 수직계열화하면서 이를 저해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지적은 CJ나 티브로드 등 뉴미디어 업계 강자들이 채널 확장 등을 통해 생산 역량을 집중화하는 과정에서 중소 프로그램 업체의 설자리를 좁히고 결국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방송 콘텐츠 기반 확충을 어렵게 만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넓은 범위의 대기업군인 MBC 등 지상파 3사가 자사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쪼개 PP로 진출, 결국 새로운 창의력 발휘 없이 이익만 챙기는 문제 등도 대통령 발언에 담겼다고 미디어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숭실대 김사승(언론학) 교수는 “규모의 경제학만을 노리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미디어 상품이 갖는 다양성을 막는다”며 “디지털케이블 및 IPTV가 시작되면서 배급망을 독점한 기업의 폐해가 대기업 플랫폼 문제보다 더 심각한데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 후 방통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인터넷에서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7월부터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기존에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파기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신문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추진과 관련, “방통위가 방송광고 증대를 위해 다른 취약 매체의 존립을 부당하게 위협한다”며 “특정 매체 편향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정희 선임기자, 신창호 김찬희 기자 jhjeon@kmib.co.kr